김성준 '몰카 혐의' 선고 연기 왜?…法 "영장 없이 증거 수집"

지난해 5~7월 총 9차례 지하철역 등에서 여성 촬영 혐의
재판부 "공소사실 9개 중 2개만 영장발부 후 증거 수집"
검찰 "범죄사실간 연관성 있으면 증거능력 인정" 주장
법원, 유사 사건 대법원 판결 나온 뒤 1심 판단 하기로 결정

김성준 전 앵커(사진=연합뉴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짧은 옷을 입은 여성을 몰래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준(55) 전 SBS 앵커에 대한 1심 선고가 잠정 연기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김 전 앵커의 불법 촬영 증거물 상당수가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지 않고 수집해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는 4일 오후 2시 김 전 앵커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선고를 연기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김 전 앵커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선고를 연기하고 공판준비기일로 전환했다.

박 판사는 "검찰 측 증거 중 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압수수색 검증영장 발부가 되지 않았다"며 "범죄사실 중 영장이 발부된 경우와 발부되지 않은 경우 사이에 구체적인 연관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엇갈리고 있고, 김 전 앵커와 가장 유사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며 "대법원 판결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앵커 측도 "피고인이 대법원 판결 결과 이후에 재판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 없이 수집한 증거도 충분히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 유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본인 범행을 자백하고 있다. 지하철역 승강장 등에서 여성을 촬영하는 등 범행 수법과 범행 시간 등이 유사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판사는 "지금 이대로 선고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섣부르게 판결을 내리기보다 대법원 판결 나오는 것을 보고 정하겠다"고 선고를 연기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앵커의 1심 선고는 관련 사건의 대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3일 오후 11시55분쯤 서울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앵커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파악해 김 전 앵커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당시 김 전 앵커는 "진심으로 반성했다. 법의 처벌을 감수하고 반성·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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