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남녀 단식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랐다. 남자부는 이른바 '빅3'의 철옹성이 이번에도 깨지지 않은 반면 여자부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남자 단식은 차세대들이 아직도 삼국지 구도를 허물지 못한 반면 여자 단식은 거의 매번 메이저 우승자가 바뀌고 있다.
2일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7100만 호주 달러·약 570억 원) 남자 단식 우승자는 역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였다. 조코비치는 이날 결승에서 도미니크 팀(4위·오스트리아)을 3 대 2(6-4 4-6 2-6 6-3 6-4)로 제압했다.
프로가 출전을 시작한 오픈 시대 이후 호주오픈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8회로 늘렸다. 지난해까지 2연패를 달성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도 17회로 늘어났다.
조코비치는 '흙신'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황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와 세계 테니스 남자 단식을 삼분하고 있다. 페더러가 역대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인 20회를 세웠고, 나달이 19회로 뒤를 쫓고 있다.
33살의 조코비치, 34살의 나달은 물론 페더러까지 30대 중후반의 '노장'들의 메이저 삼국지를 저지할 차세대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자도 2016년 US오픈의 스탄 바브린카(13위·오스트리아)인데 35살이다.
결국 20대 기수들이 메이저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27살 체력과 기술 모두 전성기를 맞은 팀이 이번 대회 기대를 모았지만 조코비치를 넘지 못했다. 8강에서 나달을 꺾은 팀은 결승에서 조코비치에 세트 스코어 2 대 1로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노련한 '무결점 사나이'의 플레이에 무너졌다.
다닐 메드베데프(5위·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그리스), 알렉산더 즈베레프(7위·독일)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는 그래도 우승한 적이 있지만 메이저 대회 정상은 멀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US오픈에서 나달을 넘지 못했고, 치치파스는 이번 대회 조기 탈락했다. 즈베레프는 4강에서 팀에 졌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는 만 21세 2개월의 소피아 케닌(미국)이다. 케닌은 1일 결승에서 가르비녜 무구루사(스페인)를 2 대 1(4-6 6-2 6-2)로 눌렀다. 2008년 20세 9개월의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이후 12년 만에 호주오픈 여자 단식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지난해 US오픈에서는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가 정상에 올랐는데 2000년 6월생이다. 남자 단식에서는 아직 1990년대 출생 선수들조차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 대회 23회 우승으로 여자 단식을 주름잡았던 '흑진주' 세레나 월리엄스(미국)가 임신과 출산으로 주춤한 이후 젊은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2017년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윌리엄스는 2017년 9월 출산한 이후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자 오사카는 3회전에서 2004년생 코리 고프(미국)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야말로 여자 단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인 셈이다.
'극과 극' 양상을 보이고 있는 테니스 남녀 단식. 과연 남자 단식의 삼국지가 이어질지, 또 여자 단식의 춘추전국시대가 언제 막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