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무제한' 허용…52시간제 힘 잃나

'업무량 폭증'도 특별연장근로 사유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 31일부터 시행

(이미지=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31일부터 시행된다"고 이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주52시간(연장근로 최장 12시간 포함)을 초과해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날 시행된 개정안의 핵심은 '특별한 사정'의 대폭 확대이다.

이전에는 '특별한 사정'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만 한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재해·재난 수습이나 인명 보호 외에 사용자가 경영적인 이유로도 노동자에게 특별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줬다.

개정안 제9조 1항의 4가 대표적이다.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한 경우로서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를 '특별한 사정'으로 적시한 것이다.

노동부는 '업무량의 대폭적인 증가' 사례로 생산량·매출액 증가, 근로자수 감소, 납기 단축을 들었다.

사용자가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의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노동부는 해당 '특별한 사정'을 단기간 내에 처리할 것을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1회 최대 인가기간을 '4주 이내'로 규정했다.


주당 특별연장근로 시간은 '12시간'이 원칙이라고 했지만, '불가피한 경우' 2주까지는 연속해서 12시간을 초과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1회 최대 인가기간 4주 중 연속 2주를 포함해 최장 3주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는 셈이다.

'갑작스런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여 이를 수습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한 개정안 제9조 1항의 3도 사용자가 특별연장근로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자료사진=스마트이미지)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해 제9조 1항의 3과 4를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90일이다. 결국 1년에 석 달은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에게 마음껏 특별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사태가 급박한' 경우에는 장관 인가 없이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고 사후 승인을 받게 했다. 인가에 필요한 근로자 동의서 사본 역시 사후에 승인을 신청하면서 첨부하면 된다.

사용자가 자의적 판단으로 노동자 동의 없이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고 사후 승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그리고 사용자와 당국 간 심각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를 대폭 허용하면서 '근로자 건강 보호조치' 등 나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조치가 강행 규정은 아니어서 벌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권기섭 근로감독기획단장은 "시행규칙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행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근로자 건강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특별연장근로 사후 승인이나 신규 인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경영계의 요구를 십분 수용한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으로 'OECD 국가 중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 노동자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52시간제는 2018년 7월 첫 시행 이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무력화 위기를 맞게 됐다.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극도로 부정적이었던 노동계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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