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B대학 학내 커뮤니티에는 "우한 폐렴을 가지고 모든 중국인을 일반화해 욕하지 말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중국 학생이 올린 글 같다", "그럼 어디 한 번 논리적으로 비판해보라"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두달 전까지만 해도 홍콩 시위 지지를 두고 내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로 갈려 대립을 거듭해온 터라, 이번 사태도 '학내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2019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대학생·대학원생 수는 약 7만1100명에 이른다. 이들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개강을 앞둔 2월에 입국을 하다 보니 이를 앞두고 '긴장감'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에서는 기숙사 엘리베이터 앞에 떨어진 중국 항공사의 수화물 태그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며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숙사에 들어가기 무섭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서울대 구관 기숙사의 경우 세탁실, 샤워실, 취사실 등을 공유한다.
학생들도 이러한 긴장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서강대 재학생 ㄱ(23)씨는 3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내에서 중국인 유학생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져 와 그런지 우한 폐렴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홍콩인도, 대만인도 있는데 일단 중국말을 쓰면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어느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위로 촉발된 학내 갈등부터, 그보다 이전에 시작된 수강 신청, 강의실 배정 문제까지 이어져 온 앙금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생 ㄴ(24)씨도 "내국인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이 있고, 반대로 중국 학생들은 '억울하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갈등의 씨앗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라고 말했다.
학내외 우려와 불안감을 의식해 대학들도 자체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학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에서 "외국 유학생이 늘어난 탓에 바이러스도 학내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강의실 내 조바심, 오해, 갈등에 대한 대학의 현명한 선제 대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특정 지역이 아닌 중국 전체에 대한 배타적인 대응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라며 "홍콩 사태를 거치면서 격해진 감정이 부정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