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추진하는 등 '성평등한 정부'를 제시하면서 이탈하기 시작한 2030 남성 표심 탈환에 집중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10%p 이내였던 20대 남녀의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지난해 기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30%p 안팎으로 벌어진 바 있다.
◇ '이남자'와 '이여자' 사이에 선 민주당
정치적 휘발성이 큰 '미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을 '친(親) 페미니스트 정당'으로 보고 돌아선 남성뿐 아니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여성도 이탈할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표심 이탈 조짐에 당내에선 다소 상이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대 남성들 사이에 '걸리면 미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들의 여성 혐오가 더 깊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을 되찾아올 복안으로 내세운 원종건씨가 지역구 출마를 번복하면서 오히려 이들과 더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다.
반면 전날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이 "일단 둘의 문제"라고 하는 등 남녀 관계 문제로 치환했던 초기 대응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종건씨의 가해 사실을 알린 여성이 해바라기센터와 상담소를 찾아 여러 번 상담을 받았고 소송까지 고려했던 점을 확인해 주면서 "(원씨에 대한 향후 조치 등) 당 차원에서 좀더 분명하게 메시지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원종건 사태가 터진 후에 20대 여성을 잡아두려면 사실관계 파악·철저한 검증보다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부분에 더 무게가 실렸어야 한다고 본다"며 "실망한 여성들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히 보여지지 않으면 이들도 충분히 이탈할 수 있다"고도 했다.
원종건씨와 청년 소방관 오영환(31)씨, 청년 스타트업 창업가 조동인(30)씨 등 다분히 '이남자 탈환'에 초점이 맞춰진 인재 영입이 남성 위주의 결정 구조에서 나온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권을 갖고 윤호중 사무총장과 최재성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떠받치는 구조다.
이에 대해 한 여성 초선 의원은 "여성 의원들도 인재 추천을 많이 했지만 얼마나 반영됐는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청년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남성 의원들은 "여성이면서 장애인, 여성이면서 경제 전문가 등 일타쌍피, 일타삼피를 얻을 수 있는 인재 영입이 되면 더 좋지 않겠느냐"며 이른바 '평범한 이여자(20대 여성)'는 발탁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여성은 자기가 이룬 것에 대한 성취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성취감에 대한 기준도 사회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잣대가 명시적으로 높았던 건 아니지만 당내 '이남자'에 대해 취약하단 인식이 있어서 초점이 원종건씨처럼 평범한 20대 여성을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민주당에선 개개인의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한다. 성별과 연령, 전문 분야 등을 안배해 영입하지만 청년 남성이 있으니 청년 여성이 있어야 한다는 건 지나치게 기계적인 판단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에서 줄곧 후배 정치인들을 키우겠다며 바텐더 출신의 30대 여성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을 거론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이와는 상반된 인재영입이 이뤄졌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