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막 오른 총선 레이스…'유튜브 정치' 열릴까 ② 총선 '유튜브 대전(大戰)', 선거 판도 뒤흔들까 (끝)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 이후 이른바 '태극기부대'는 거리로 나섰다. '아스팔트 우파'의 탄생이다.
3년 가까이 서울역과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린 '탄핵 무효' 집회는 우파 유튜브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 장년층은 물론 60대 이상 노년층으로까지 저변을 넓힌 '우파 유튜버'의 약진이다.
언론인 출신의 정규재씨가 이끄는 펜앤드마이크TV(옛 정규재TV)의 구독자 수는 64만명에 달한다. 무려 117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신의한수'는 정치 유튜브 채널 중 1위를 자랑한다. 이밖에도 가로세로연구소, 고성국TV, 황장수TV 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는 유시민씨다. 지난해 1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오른 직후 '알릴레오' 방송을 시작하며 하루만에 수십만의 구독자를 모으기도 했다. 1월 현재 111만명의 구독자를 확보, '신의한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진보진영의 유튜브채널은 우파 유튜버가 마구잡이로 유포하는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한 목적이 크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고 유튜브 방송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아예 가짜뉴스 원점 타격을 목표로 내건 채널도 등장했다. 전직 방송작가와 국회 보좌진 출신 등이 모인 '헬마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에서 밀리는 것을 보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채널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가오는 21대 총선은 보수와 진보가 유튜브에서 격돌하는, 뉴미디어 '유튜브 시대'의 첫 선거다. '공수(攻守)'가 뒤바뀌었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간 인터넷과 SNS 등 뉴미디어는 진보 진영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본격적인 뉴미디어 선거의 개막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였다.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나경원 1억 피부과설'을 적극 주장하며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년 뒤 경찰 수사 결과 나경원 후보가 실제로 쓴 돈은 550만원으로 드러났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트위터가, 2016년부터는 페이스북이 뉴미디어 대표주자로 활약했고 이제 유튜브가 배턴을 넘겨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2018년 6.7%에 비해 2019년 12.0%로 급등했다.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이 연예/오락 분야를 넘어 뉴스/시사 분야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자유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친근한 이미지 정치를 펼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색소폰을 불고, 청년 보수 유튜버들을 만나는 등 유연한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식 채널 '씀'과 '의사소통TV' 등을 통해 당에 영입된 인재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튜버로 활동중인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씨와 강선우 교수는 총선기획단에 포함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매주 수요일 자신의 이름을 딴 '심금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현역 의원이 2명에 불과한 우리공화당은 우파 유튜버에 힘입어 유튜브에서도 당세에 비해 높은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개별 정치인의 채널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 '지역 언론연구 2019-유튜브를 통한 정치인의 자기표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현직 국회의원 297명 중 81.8%인 243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정치인들에게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기존 매체에서 해왔던 방식과 달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매체에 비해 영향력이 크고 자신들의 일방적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 기회의 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 방식을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 신인들도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이지만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흑색선전을 주의해야 한다. 결국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기간 허위사실 유포를 엄히 처벌한다. 평소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유튜브발(發) '가짜뉴스'도 형사처벌과 당선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 등 각종 가짜뉴스의 숙주로 알려진 우파 유튜버의 활약이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선거법이 매우 강하다"면서 "가짜뉴스는 자칫 선거 이후에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유튜브 정치판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