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장기이식 받은 미국인, 기증자 유가족 서울서 만나

[앵커]

4년 전 미국에서 한국인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미국인 여성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기증자 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반면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금지된 국내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이식인과의 편지 교환만이라도 허용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자]

지난 2016년 1월 미국 유학 도중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뒤 미국인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유나 씨.

장기기증 4년 만에 유나 씨의 가족이 감동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시 유나 씨가 기증한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기증인의 가족들을 만나러 온 겁니다.

편지는 몇 차례 주고 받았지만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나씨와 같은 또래인 킴벌리씨는 2살 때부터 소아당뇨를 앓다가 18살 때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이듬해 유나씨의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하면서, 지난 해엔 결혼을 해 가정도 꾸렸습니다.


킴벌리 씨 가족들은 생명의 선물을 전해준 고인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유가족들에게 천사가 새겨진 조각을 선물했습니다.

[킴벌리 / 고 김유나 씨의 신장 췌장 이식인]
“저는 어떤 말로도 고마움을 표한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항상 당신들의 가족이 될 겁니다.”

유나씨의 어머니 이선경씨는 딸의 장기를 받아 건강을 회복한 모습에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면서,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 길 당부했습니다.

[이선경 / 고 김유나씨 어머니]
“유나가 남기고 간 선물은 대가 없는 소중한 것이고, 이제는 그 누구 것도 아닌 킴벌리씨 자신 것입니다. 혹시 보답하겠다면 어렵게 회복한 건강을 잘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에요.”

김유나 씨 가족이 이식인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장기기증이 미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식인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알릴 수 없어 사실상 기증인과 이식인의 교류가 불가능합니다.

국내 뇌사 기증자 가족들은 이식인의 소식이 궁금할 뿐이라며 편지라도 교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대호 / 뇌사 기증자 고 이태경씨 아버지]
“생명 나눠주어서 고맙다, 생명을 이어받아 건강히 살아주어 고맙다며 서로에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서신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기증인 가족들은 또 기증인과 이식인의 정보교류가 자칫 금전적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관련 기관이 개입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김동엽 사무처장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일대일로 만나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도 중간에 기관이 개입해서요 편지를 정보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은 사전에 본 다음에 내용을 빼고 전해드리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사실은 없어도 될 거 같습니다.”

장기기증운동에 힘써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편지교환 등 기증인-이식인 정보교류는 뇌사 기증자 유가족들의 정서에 크게 도움이 된다며, 이는 장기기증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 정선택 편집 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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