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사 개선사업 '개구멍' 메운다고 '헛돈'

창원중부서, 부실 시공으로 청사 보안 강화 무색
민원인 분리 공간 시설에 "위압적이다" 불편

창원중부경찰서에서 한 사람이 보안게이트와 차단기 사이를 지나간다. (사진=이형탁 기자)
경남 창원의 중심경찰서인 창원중부경찰서.

경찰청이 민원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고 청사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청사 개선 사업'이 지난해 연말 완공됐어야 하지만 해를 넘겨 20일 지금까지도 공사 중이다.

행정 절차 등으로 지연된 부분도 있지만 시공을 잘못해 보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민원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무엇보다 경찰서 출입구부터 청사 방호 목적으로 시민들의 동선을 통제하겠다는 것도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경찰청의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 사업'이 창원중부서에서는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보안 펜스와 보안 게이트, 차량 차단기 등이 안 그래도 비좁은 청사 주차장 내에 설치됐다. 보안 펜스를 사이에 두고 직원과 민원인 전용 주차장도 구분했다.

민원인은 민원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통합 민원실을 통해서만 청사 내로 이동할 수 있게끔 만든 구조다. 청사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예산은 2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연말 마무리됐어야 했다.

(사진=이형탁 기자)
그러나 차량 차단기와 보안게이트 사이에 이른바 '개구멍' 같은 큰 틈이 생기면서 재공사를 해야 할 판이다.

성인 한 명이 마음 먹고 몰래 들어간다면 아무런 제지 없이 충분히 통과하고도 남을 공간이다.

현장 공간을 제대로 파악하고 설계했더라면 '헛돈'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또 혈세를 들여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


이런 부실 공사 탓에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경찰도, 민원인들도 모두 이 '개구멍'으로 다니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이고 있다. 청사 방호 목적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고소 업무를 보기 위해 찾은 최모(55)씨는 "보안게이트보다 이 개구멍 같은 틈이 편해 보여서 이곳으로 지나갔다"며 멋쩍어 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설계와 시공을 잘했으면 될 일인데 저 틈을 보니 잘못 계획한 것 같다"며 "전형적인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청사 개선사업은 계획상 차단기(왼쪽)와 보안게이트(오른쪽) 사이 틈이 빨간원처럼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만큼 매우 협소해야 한다. (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보안 시설로 달라진 청사 구조에 오히려 위압적이고 더 불편해하는 민원인들도 보인다.

생활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서는 민원인들에게 가깝기도 하지만 공권력이라는 무게 때문에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최 씨는 보안펜스와 보안게이트 등 설치 구조물에 대해 위압적으로 느낀다고 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결국 최 씨는 어쩔 수 없이 '개구멍'을 비집고 청사로 들어갔다.

민원실을 찾은 김모(50)씨도 "민원인이 편해지기 보다 안 그래도 경찰은 겁나는데 더 위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민원용 주차 공간 분리로 민원인들의 주차 공간이 더 부족해졌고, 모든 민원인은 금속탐지기를 통해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통합 민원실에서 해결되는 민원 종류가 늘었지만 청사 내로 가려면 담당 수사관이 내려와 안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불편을 느끼는 민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부실 공사를 인정하면서도 "설 이후 보완 공사가 완료될 것 "이라며 "최대한 빨리 모든 공사를 끝내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창원중부서와 함께 양산경찰서에서도 청사 개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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