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시기지만 기준이 되는 연령 규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민법상 성년은 만 19세지만, 만 18세만 되면 부모 동의만 있으면 약혼이나 결혼을 할 수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도 있고, 입대도 할 수 있다.
올해 고교 졸업을 하는 2001년생과 이른바 '빠른 입학'을 한 2002년생 중 생일이 지난 이들이 만 18세여서 이에 해당한다.
술·담배를 살 수 있는 청소년보호법 상 나이는 만 19세지만,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이도 가능하게 한 별도 규정이 있어서 2001년생은 올해부터 술·담배를 살 수 있다.
그러나 빠른 입학을 한 2002년생은 만 18세를 맞는 해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건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시청에 관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영화비디오법), 노래방 야간 출입에 관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음악산업법), PC방 야간(오후 10시∼오전 9시) 출입에 관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등이다.
세 가지 법률 모두 '만 18세 이상이면서 고등학교 재학 중이 아닐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청불 등급'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 PC방에 야간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술·담배를 살 수 있게 된 2001년생도 1월이나 2월에 졸업식을 마칠 때까지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소리다.
이렇듯 규정이 제각각이고 복잡하다 보니 매년 이 시기면 혼란스럽다는 당사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2002년 2월 22일이 생일이라는 안재원씨는 "친구들은 대부분 만 18세이고 졸업식도 끝나 술집이나 피시방에 가는데 나만 소외된다.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하다가도 밤 10시가 지나면 혼자 귀가해야 한다"며 "곧 대학에 입학하고 똑같은 수업을 받아온 또래들인데 통일된 규정으로 성인으로 인정해주면 안 되는 거냐"고 아쉬워했다.
관련 업체의 볼멘소리도 매년 나온다.
서울 성북구의 한 코인노래방 업주는 "학생은 들어오려고 하고 법에 따라 일부는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곤란하다. 탈이 없게 하려면 인근 고교의 졸업식 날짜를 파악해 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노래방 6곳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전에 미성년인데 모 과학기술대에 조기 입학해 고교생은 아닌 손님이 있었다. 애매해서 관할 구청에 야간에 출입시켜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구청에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우리도 늘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규정이 복잡한 탓에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다.
대학생 신창혁(가명·23)씨는 "1월생이지만 빨리 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어서 고3 재학생일 때 만 18세였다"며 "고교 재학 중이라 PC방이나 노래방 야간 출입이 안 되는 거였지만 이용하곤 했다. 고교 졸업장을 요구하는 업소는 거의 없었고 '빠른년생'이라고 하면 대학생이려니 하고 다 넘어갔다"고 말했다.
노래방 아르바이트생 김모(23)씨는 "밤 10시 이후에 출입하는 어려 보이는 이들에게는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해 나이를 확인하지만 졸업 여부는 묻지 않는다"며 "(재학생이면 출입 불가라는) 규정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운전면허 취득에서도 같은 고3이지만 다르게 적용되는 규정 탓에 불편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있다.
1월 28일생인 대학생 성유찬(24)씨는 "면허 시험 준비는 수능 직후에 하기가 제일 좋은데 나 같이 빨리 입학한 학생은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생일과 수능 사이에 시간이 붕 뜬다. 생일이 지난 2, 3월 가까이 되어서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기엔 대학 입시, 입학 준비와 맞물려 버린다"고 했다.
전문가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청소년) 행위를 규제하는 나이가 통일돼 있지 않다 보니 '순응비용'(법질서를 유지하고 이행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18세든 19세든 청소년의 나이 규정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알고 있는 걸까.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청소년보호법과 문화생활 관련법상 규정의 불일치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청소년 연령을 통일해달라는 관련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며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는 게임산업법 개정 때 해당 내용을 포함할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을 배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현행 규정에 대해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민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의 입법 취지와 법이 보호하려는 목적 자체가 달라 현재로서는 민법이 규정하는 성년연령을 변경하거나 낮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