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고위인사 단행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간 인사 협의 과정을 놓고 충돌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윤 총장에게 엄중 경고를 보냈다.
일부에서는 윤 총장 거취와 관련된 발언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인사 절차 불응) 한 건으로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직접적인 책임 추궁은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못박았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그러면 총장은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윤 총장이)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고 하면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는 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 권한을 누린 것" 등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접 겨냥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위한 입법 작업이 완료되면서 검찰 스스로 변화 의지를 보여주고 개혁 주체가 돼야한다는 메시지도 곳곳에서 전달했다.
또 "거의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독점 상태에 있다. 그래서 개혁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그런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또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줘야만 수사 관행 뿐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인사권과 관련된 검찰의 조직적 불만 자체가 막강한 권력의 근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자제하고, 인권보호와 민생 관련 수사에 집중하면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대통령의 인사권'과 '검찰 개혁 의지'를 동시에 강조한 배경에는 과거 관행으로 특수 수사를 이끌어왔다는 비판을 받는 윤 총장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해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와 '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청와대를 정조준한 검찰 수사 자체를 '엄정한 수사'로 규정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검찰개혁 추진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이 '신경전'과 관련해 "두 가지를 결부시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라는 여러 과정이 청와대 수사와 맞물리며 약간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검찰개혁은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진행된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