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으로 파고든 가짜뉴스…어떤 경로로 퍼지나

활자화된 가짜뉴스 '더 자유일보' 시민 일상 파고들어
지면엔 "朴탄핵, 간첩 탓" "북한 기습 남침" 등 가짜뉴스 가득
확산 통로는 범투본, 한기총 등 일부 기독교 단체와 극우 세력
전문가 "신문 매체 익숙한 세대에 영향 미칠 수 있어"

'더(The) 자유일보' 1면. (사진=독자 제공)
부산 사상구에서 여성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A(56)씨는 최근 손님으로부터 '수상한' 신문을 받았다. '더(The) 자유일보'라는 제호의 신문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 신문과 다를 게 없었지만,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당혹감은 커져갔다. '활자'라는 점을 빼고는 단체 대화방에 종종 올라오던 '가짜뉴스'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성행하던 가짜뉴스가 신문의 형태를 띄고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퍼져나가고 있다. 보수단체 집회에서나 볼 수 있던 '활자화된 가짜뉴스'가 시민들의 일상에도 파고드는 모양새다.

A씨가 받았다는 '더 자유일보'는 지난 2017년 11월 "지금 대한민국은 길을 잃었다"며 자유민주주의 주류세력 형성을 기치로 내걸고 창간된 온라인 언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향(同鄕)·동갑(同甲)이라는 곽성문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대표로 나섰으며 '친박' 성향 인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특히 2018년 10월부터는 온라인을 넘어 매주 수십면의 주간판 종이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문제는 버젓이 신문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선동하는 기사들로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가령 '박근혜 탄핵할 정도 세력 커진 北간첩'이라는 제목의 지난해 12월 3일자 논설에서는 "한국사회 내에 존재하는 간첩들의 역할이 박근혜 정부를 탄핵할 정도로 그 세력이 확대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누명을 써서 탄핵됐고, 누명을 씌운 주체는 북한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또 대한민국을 붕괴시킬 만큼 북한 간첩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며 공포를 조장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기습 남침을 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내용의 '북한 김정은의 '7일 전쟁계획'(2019.12.1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내용의 '공수처법 못막으면 '나찌 독일' 된다(2019.10.18)' 등 이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현 정부를 근거없이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더 자유일보'는 범투본이 추진하는 광화문 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전광훈 목사의 글을 실었다. (사진=SNS 캡처/독자 제공)
그렇다면 이 신문은 어떤 통로로 퍼져나가고 있을까? 이 신문의 확산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와 극우 세력이 얽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한기총 대표회장 전 목사는 범투본 주도로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몇번이나 '더 자유일보'의 구독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전 목사는 연설 도중 "한 달 안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해보자.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모두 이 신문을 구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1일 열린 집회에서는 "(매체 구독이) 문재인을 끌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며 "자유 우파는 희생할 줄 모르고 혜택만 보려고 한 결과 오늘 이런 세상이 됐기에 최소한의 대한민국을 누리는 값을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같은날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안보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언론이 살아야 한다"며 구독을 장려했다.

일부 보수 성향을 가진 목사나 기독교인들은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통해 구독 신청을 독려하고 나섰다.

B목사는 멤버가 2400명에 달하는 기독교인 소통 밴드에 '더 자유일보 의무적 구독의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B목사는 "기성 언론들의 일방적 편향보도로 자유 우파가 절대 불리했으나 자유일보 창간으로 극복하게 되었다"며 "구국을 위해 최소한의 후원이라도 하자. 종북좌파에게 빼앗긴 나라, 실상 망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찾는 심정으로 군자금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이 글은 다시 B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의 공식 블로그 및 신자들의 SNS 등으로 퍼져나갔다.

A씨도 이 신문을 주고 간 손님에 대해 "교회를 다니는 걸로 안다"며 "지난번에도 신문을 주고 갔다. 신문을 여러 부 들고 있는 걸로 봐서, 근처 가게에도 신문을 나눠주고 다니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제는 활자화된 가짜뉴스가 가진 위험성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 매체를 오랫동안 봤던 세대, 즉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이 세대는 온라인 매체보다 인쇄 매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활자화돼 있다는 점 자체가 신뢰도를 높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확증편향의 심화도 우려했다. 그는 "극단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런 매체의 출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본인의 신념을 강화해 주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는 이 매체에 감동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유하다 보면 확증편향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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