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당 측에선 3원칙을 수용한 것으로 일단 평가하고 한국당과 대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통합 신당을 향한 당대당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승민(3원칙)과 황교안(6원칙) 사이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새집 짓기'가 무산되면 합당은 무산될 전망이다.
통합 불씨를 살렸던 보수·중도진영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의 역할도 관건이다. 14일 첫 회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혁통위의 성격과 권한 규정 등도 쟁점으로 남았다.
◇ 黃 "6원칙에 새보수당 요구 담겨"…통합 열차 일단 출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통합추진위를 발족시키며 저희도 동의한 보수중도통합의 6대 기본 원칙을 발표했다"며 "이 원칙은 새보수당의 요구 내용이 반영돼 있다. 통합 대의 앞에 함께 스스로를 내려놓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출범한 혁통위는 ▲혁통위 구성 ▲위원장으로는 박형준(자유와공화 공동의장) ▲대통합의 원칙은 혁신과 통합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 추구 ▲반문재인 세력 대통합 ▲청년의 마음을 담는 통합 ▲탄핵 문제가 총선승리 장애물이 되지 말 것 ▲대통합 정신을 담고 실천할 새 정당 결성 등 8개의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황 대표 입장에 새보수당은 즉각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등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두시간 논의 끝에 하태경 책임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가 새보수당 3원칙을 수용했다. 보수재건과 통합으로의 한걸음 전진"이라고 답했다. 이어 혁통위에 대해선 자문기구로 일축하고 한국당과의 '당대당' 협상을 요구했다.
이로써 치열한 줄다리기가 오갔던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협상은 이제 첫발을 떼게 됐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분열됐던 보수가 합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1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상황에서 통합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 통합론 디테일 싸움 예고…黃 '6원칙' vs 劉 '3원칙'
본론으로 진입한 통합론은 더욱 디테일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황 대표가 동의를 선언한 6원칙은 유승민 의원의 3원칙 보다 범위가 훨씬 느슨하다.
황 대표의 경우 친박계 등 강경파의 반발도 뚫고 가야 할 전망이다. 한 TK 친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당은 과거를 반성하며 10명이나 불출마 선언을 하며 책임졌는데, 그쪽은 보수분열의 책임을 졌는가"라며 "유승민이 나서서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황 대표 측근은 "대표가 이미 결정한만큼 믿고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수재건 3원칙은 이러한 친박계 등 낡은 보수 청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실행하는데 진땀을 뺄 수 있다. 특히 '새 집 짓기'의 경우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개혁보수로 체질개선을 해야 하기에 합의가 더욱 쉽지 않다. 새보수당 한 핵심 관계자는 "새집 짓기가 불발된다면 합당이든 통합이든 언제든지 무산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은 또 무작정 합당 보다는 지역구별 후보단일화식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혁통위의 향후 역할도 관건이다. 새보수당 측은 "혁통위는 자문기구"라고 선을 그으며 "통합 대상은 한국당"이라고 밝혔다. 혁통위는 정당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대거 포함된만큼 통합 당사자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당과 직접 당대당 협상에 나서면서 개혁보수 주도권을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반면 한국당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 세력'을 통합 대상으로 잡아 놓고 혁통위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보수당의 입장과 미묘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혁통위 참여 인사로는 김상훈, 이양수 의원이 결정됐다.
한편 혁통위는 14일 첫 회의를 열고 통합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혁통위 한 관계자는 "혁통위가 일단 통합 불씨를 살린 만큼 향후 성격과 활동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