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하면 논란? '웅앵웅'·'피어싱'의 내로남불

트와이스 지효, 팬들과 채팅에 '웅앵웅' 사용했다가 질타
당초 논란과 달리 남성 혐오, 장애인 비하 등 의미 없어
한예슬은 코 피어싱하고 시상식 나왔다가 '구설수'
"대상화되기 쉬운 여자 연예인들, 일상적 관음증 피해"
"설리, 구하라 사망 이후에도 사회 변한 것 없어"

트와이스 지효와 배우 한예슬. (사진=자료사진, 한예슬 SNS 캡처)
여자 연예인들을 향한 막무가내식 흠집내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팬들과 나눈 말한마디부터 액세서리 일종인 피어싱까지, 모두 논란의 불씨가 됐다.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며 힘들게 활동을 이어왔던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지효는 지난 5일 네이버 V라이브 트와이스 채널에서 팬들과 함께 채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효는 이 자리에서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자꾸 '관종'(관심종자) 같은 분들이 '웅앵웅' 하시길래 말씀드리는데 그냥 몸이 아팠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효가 사용한 '웅앵웅'이 '남성 혐오 단어'라는 주장에서 불거졌다. 이 단어가 다수의 여성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에 반박하는 남성들의 주장을 비하하기 위해 쓰였다는 이야기였다. 또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실제 '웅앵웅'의 사용법을 보면 이 단어에 '남성 혐오'나 '장애인 혐오'의 뜻이 내포돼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웅앵웅'은 '웅얼웅얼'과 비슷한 뜻을 가진 신조어로, 논리적 반박이 없는 일방적 비난을 의미한다.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래퍼 산이 역시 네티즌들의 비판을 '근거 없는 비난'으로 저격하며 '웅앵웅'이라는 노래를 발표한 바 있지만 당시 이 단어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김치녀', '된장녀' 등처럼 혐오와 비하를 목적으로 전파된 단어 역시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웅앵웅'은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한국영화의 음향을 "인디 (영화) 대사는 웅…앵웅…쵸키포키…이런다"라고 재치있게 표현한데서 시작됐다. 이 의성어를 한글 사랑으로 유명한 배우 토마스 맥도넬이 "웅앵웅 초키포키"라고 SNS에 올리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지효는 7일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에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던 그간 상황을 알리면서 "채팅으로 어쩌면 팬 분들도 상처받고 실망하게 됐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한예슬은 코 안쪽에 피어싱을 달고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음반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구설수에 올랐다. 한예슬의 피어싱이 시상식 액세서리로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해당 시상식에는 귀 등에 피어싱을 하거나 문신을 그대로 드러낸 참석자들도 있어 한예슬만 '갑론을박'이 벌어질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구설수를 주제로 한 기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한예슬은 SNS에 피어싱한 사진과 함께 "이제 잘 시간"(Time to sleep)이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지효와 한예슬은 1~2일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이번 논란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여자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처럼 왜곡된 시선으로 비춰지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효가 쓴 글과 같이 '말도 안되는 루머에 이름이 오르거나', '안 좋은 말들, 조롱하는 말들로 상처받아 숨쉬는 것까지 힘든'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는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분명히 더 강한 고정관념과 그에 따른 기대가 따라오고 대상화가 쉽게 이뤄진다. 여기에 대중이나 언론이 왜곡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작은 실수도 희화화되는 강도가 강해진다. 사회 전반에 황색 저널리즘과 유사한 맥락의 일상적인 관음증이 퍼져 있다"라고 꼬집었다.

남자 연예인보다 더 쉽게 대상화되는 경향 속에서 여자 연예인들은 '대중의 평가', '언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인권 침해에 노출돼왔다. 실제로 최근 숨진 고 설리, 구하라 등도 성희롱적인 악성 댓글과 루머에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던 바 있다. 그러나 여자 연예인들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모양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회는 여자 연예인들을 더 전형적으로 재단해왔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논란이 발생하는 흐름이 존재해왔다. 경종을 울린 설리와 구하라 사건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런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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