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살해에 침묵하던 北, '5줄 단신' 신중 반응

중러 외무장관 표현 빌어 미국 우회적 비판
어제 대외선전매체에선 "중동은 미국의 무덤" 거론했지만…
국제 소식 주로 다루는 6면에 실어 비중 높지 않아
북한과 이란, 탄도미사일 등 협력… 둘 다 테러지원국 지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각) 이란의 군부 실세인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된 사실에 대해 한동안 침묵하던 북한은 결국 우회적인 비판을 택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술렁이고 있는 중동 정세가 북한에도 여러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반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유엔헌장을 위반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 규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사는 지난 4일 이뤄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화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들(왕이 외교부장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남용하는 것을 반대할 뿐 아니라 모험적인 군사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며 "무력을 사용하여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의 위법행위로 지역정세가 심히 악화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였다"고 전했다.

살해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지난 3일 새벽 미국은 이라크의 바그다드 시에 있는 한 비행장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였다"며 "현장에 있던 이란 이슬람교 혁명근위대의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라크 준군사 무력의 고위 지휘관 등이 사망하였다"고만 짧게 전했다.

노동신문은 이 기사를 5문장의 짧은 기사로, 국제 소식을 주로 다루는 6면에 실어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미국,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그래픽=연합뉴스)
앞서 지난 5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최근 세계 군사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분석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를 언급했다.

이어 "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병력을 증강하고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중동지역 문제를 풀 수 없고 사망자 수만 늘어날 뿐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선전매체에서는 미국의 행보를 다소간 비난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기사에서는 중러 외교장관들의 표현을 빌려 우회적으로만 비판한 셈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중동 정세가 앞으로의 북미관계나 비핵화 협상 등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나, 지역에서의 추가적인 군사작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단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은 1970년대부터 북한과 수교하며 탄도미사일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유지해 왔다. 둘 모두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안인) 만큼 북한도 나름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며 "일단 현재 중동 정세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북한 나름대로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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