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방서 셔터 사고, '부서진 스프링'이 원인이었다

당초 소방 설명은 '레일 이탈'…현장 감식과 달라
스프링 파손되며 연쇄 고장 추정…"정확한 원인은 2~3주 뒤"
사고 셔터, 8개월 전 수리하고도 문제 발견 못 해

추락 사고가 난 소방서 셔터를 현장 감식하는 관계자들 옆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부산의 한 소방서 차고 전동셔터가 떨어져 소방관이 숨진 사고는 당초 소방이 밝힌 '레일 이탈'이 아닌, '스프링 파손'으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방은 사고 8개월 전 해당 셔터를 수리하고도 문제를 발견치 못해, 사고 예방과 후속 대응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일 오후 2시쯤 부산 사하구 다대119안전센터에서는 경찰과 국과수·셔터 설치 업체·소방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감식이 진행됐다.


이날 감식 과정에서 셔터 상단부에 가로로 설치된 스프링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셔터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스프링은 전동 작동 셔터가 오르고 내릴 때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며 셔터에 실리는 힘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이 스프링이 부서지면서 스프링과 연결된 고정 부위(브라켓)에 힘이 실려 찢어졌고, 그 영향으로 셔터를 들어 올리는 모터가 오작동해 체인이 이탈하면서 셔터가 떨어진 것으로 감식을 마친 경찰은 추정했다.

파손된 스프링(위)과 정상 설치된 스프링(아래).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에 대해 셔터 설치·보수 업체 A사 관계자는 "이 스프링은 지난 2017년 교체해 3년가량 사용해왔다"면서, "특히 사고 셔터는 평소 사용이 잦은 구급차 차고 셔터로, 하루 30회 이상 여닫아 마모가 빨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스프링이 부서지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나, 더 정확한 원인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2~3주 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소방은 "차고 셔터가 레일에서 이탈해 추락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장 감식에서 셔터가 레일에서 이탈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 관계자들이 파손된 스프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날 감식에서는 사고 8개월 전인 지난해 4월 해당 셔터에 대해 수리가 이뤄졌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대119안전센터 관계자는 "당시 우측 도르래가 떨어져 업체에 해당 부위에 대해서만 수리를 맡겼다"면서, "시설을 잘 모르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문가에게 수리를 맡겼다기에 다른 부분도 점검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당시 수리한 도르래와 현재 문제가 된 스프링은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이라면서, "의뢰가 없는 부위를 점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시에 셔터 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자는 제안도 한 적이 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소방서 차고 셔터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해당 센터에는 별도 셔터 시설 관리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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