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부 대표로 복직 합의를 이끌었던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복직 합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공식적인 사태 개입을 거부하고 있어 주목된다.
◇쌍용차 노사 "기업 어려워 복직 불가" VS 해고자 "4자 합의 일방 파기한 결정은 무효"
2009년 대량해고 이후 쌍용차 사측과 쌍용차 노조(기업노조), 해고자가 속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사노위는 지난해 9월 해고자 119명을 복직하기 위한 '노노사정 4자 합의'를 이뤘다.
지난해 연말까지 복직 대상인 해고자 60%를 우선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도 올해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부서 배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복직 대상자는 지난 7월 1일 이후 6개월 동안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가 올해 연말까지만 배치를 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24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의 의견을 따로 수렴하지 않은 채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남은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쌍용차 사측은 유니온숍(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할 때 일정한 기간 내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에 따라 복직대상자들도 기업노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기업노조가 무기한 휴직 연장안에 합의한 이상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고자들은 4자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겼다며 복직 연기결정은 무효라며 오는 6일 예정대로 정상 출근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자 합의 내용은 금속노조에 가입된 휴직자에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유니언숍을 통해 기업노조가 합의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단체협약의 규범적 한계를 넘어선 결정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만약 기존 4자 합의를 변경하려면 노노사정 4자가 모두 합의해야 하고, 쌍용차 노사와 같은 일부 당사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경사노위는 회사가 해고자 전원을 4자 합의에 따라 복직을 시킨다는 전제 하에 지원 방안을 마련, 지원했다"며 "회사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그동안 지원 받은 것에 대한 원상회복을 해야 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 당시 경사노위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해고자 복직에 따른 사측의 부담 완화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고, 결국 쌍용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1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4자 합의의 남은 주체인 경사노위는 지난 합의에 대해 "문 위원장의 개인 활동일 뿐"이라며 공식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한 경사노위 관계자는 "합의 당시 본위원회 공식 의제로 설정하지 않았고, 문성현 위원장만 협의체에 참여했을 뿐인데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며 "경사노위 안의 다른 주체들이 동의한 일이 아닌데 위원회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합의 당시) 노노사 3자 요청으로 개인적으로 지원했고, 앞으로도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발을 빼려는 것은 아니고,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2일이나 3일쯤 노사를 만나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들의 절박함도, 회사의 만만치 않은 경영사정도 이해한다"면서 "애초 합의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경사노위도 합의 당시 쌍용차 지원까지 약속했던 명백한 법률상 당사자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지난해 4자 합의는 단순한 호의관계가 아닌 법률관계로, 회사의 복직 의무에 따라 경사노위가 지원을 약속했다"며 "합의서 첫 문구부터 후속 내용까지 합의 당사자는 문 위원장 개인이 아닌 경사노위로 명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경사노위 내부에서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내부 문제일 뿐, 표현대리로서 경사노위가 법적 효력의 당사자임은 분명하다"며 "쌍용차 노사가 4자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경사노위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