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다. 이제 막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거나 사회 초년생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을 절감한다.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가 왜 이렇게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을까? 호주의 방송인이자 저술가인 헬렌 레이저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시각으로 이 시대의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임시직과 계약직 일자리 현상, 소수자 차별 문제 등을 살펴본다.
저자는 마르크스식 사회주의가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해설이라기보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의 기본 원리를 구성하는 자본주의는 돈 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마르크스가 주창한 사회주의 이론을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제1장에서 대다수 사람이 가난해질 때 우리 정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2016년 미국 대선을 사례로 알아본다. 제2장에서는 대부분의 밀레니얼이 현재 왜 점점 더 계약직, 임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지 미국 자동차 산업 모델의 발전을 통해 직시한다.
제3장은 이토록 극심한 양극화 상황에서 부자들이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통제하며 현 체제를 유지해나가는지 호주 원주민 사례로 알아보고, 4장에서는 사회 초년생들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느끼는 노동 소외 문제를, 5장에서는 노동 시장에서 특히 적은 임금을 받는 여성 문제를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왜 해답이 될 수 있는지 고찰한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현저히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계약직,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미국 디트로이트를 번성하게 한 포드사의 대량생산방식이 어떤 경로를 거쳐 임시직 일자리만 만들어내는 토요타의 적시생산방식으로 바뀌었는지 돌아본다.
"자본주의자가 성공하려면 사업을 키워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다른 사업이 그들의 사업을 통째로 먹어치울 만큼 커진다. 이런 식으로 작고 약한 것들은 크고 강한 것들에게 잡아먹히면서 소수의 손에 자본이 집중된다. 게다가 이윤 증가에 목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평형상태의 유지와 평등은 불가능하다."
다소 투박한 직설화법도 마다하지 않고 구사하는 저자는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절반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부를 고작 8명이 소유하는 현실을 차갑게 지적한다. 그리고 가진 자들이 다른 이들을 가난한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메커니즘, 즉 불평등에 대한 이데올로기도 밝힌다. 고전적 경제주의는 밀레니얼 세대에 더이상 유효성을 갖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저자는 "어떤 논리로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높은 능력을 지닌 이들은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특히 자본주의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야 하며, 그러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등을 이룰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밀레니얼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다중의 소수자성을 더욱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