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은 앨범 발매일인 27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봄여름가을겨울의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 씨가 세상을 떠난 날 '무언가 남길 수 있다는 게 있다면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음악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앨범 제작 계기를 밝혔다.
박성식은 "기회가 되면 다시 뭉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긴 했는데 김종진이 느닷없이 (앨범 제작 돌입) 3주 전 '스케줄을 비워두라'고 하더라. 곡도 안 써놓은 상태였는데 벼락같은 호출에 의해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장기호, 박성식과) '밥 한 번 먹자' 느낌으로 '앨범 한 번 내자'는 얘기를 해본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설명을 보탰다.
또한 장기호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시절 김종진과 엄청 많이 싸워서 이번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나서 고민을 좀 했다"고 웃으며 "함께 팀으로 활동했던 6명 중 3명(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이 하늘로 갔지 않나. '다 없어지기 전에 우리가 뭔가를 만드는 게 좋겠다' 싶어 함께 앨범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앨범에는 '동창회', '난 언제나 널', '행복해야 해요' 등 세 사람이 각자 쓴 신곡 3곡과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명곡 '보고 싶은 친구'와 오래된 친구'를 다시 녹음한 리메이크곡 2곡까지 총 5곡이 실렸다. 김종진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때 음악들이 담겼다고 생각해주시면 된다"면서 "요즘 나오는 음반에 없는 요소들, 즉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의 것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음악 황금기였던 60~70년대 소리와 표현법, 거기에 들어있는 낭만이 담겼기에 자신 있게 선보이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 사람은 30년 전 아날로그 방식과 최신식 디지털 녹음 방식을 정교하게 배합해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작업 소감을 묻자 김종진은 "1950년대 장비를 갖고 있는 곳이자 전태관 씨가 졸업한 학교인 서강대 앞에 있는 스튜디오를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며 "무턱대고 연주를 했는데 33년의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때 그 느낌 그대로 정말 잘 맞아떨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실용음악 교육계의 선봉에 계신 분들답게 두 분 모두 '초절정' '신선급' 고수였다"며 장기호와 박성식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김종진은 "방송에 나와달라는 연락이 엄청 쏟아졌는데 형님들이 '더 연습해서 제대로 하고 싶다' '예능에서 노닥거리는 걸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거절했다"며 "음악가로서의 '순혈주의'가 있는 분들"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앨범 준비로 연습을 못했는데 연습실을 한 번 잡아보겠다"며 "3주 뒤쯤에는 나올 수 있도록 형님들을 연습시킬 것"이라고 했다. "많은 분이 앨범을 들어주시고 그 느낌을 주변에 나눠 주신다면 전국 순회 공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양한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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