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제주 부동산⑰] 제주 중산간 타운하우스 또다른 난개발

중산간은 마소가 뛰어놀던 곳
도로가 건설되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개발
기획부동산 등장…필지분할로 건축행위 증가
타운하우스 등장, 중산간으로 시가지 확장…난개발
정책적으로 중산간 개발 통제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12월 26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도시계획전문가 이정민 박사

제주도 중산간 오름 풍경(사진=자료사진)
부동산 제대로 보기, 오늘도 도시계획전문가 이정민 박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류도성> 오늘은 지난주에 말씀해주신 대로 제주도 중산간 부동산에 대한 얘기 나눠볼 텐데요. 지금에야 건물이 들어선 중산간을 볼 수 있지만 예전 중산간의 모습은 어땠다고 할 수 있습니까?

◆ 이정민> 중산간은 우리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 말들을 키우던 곳이었어요. 간간히 화전민들이 중산간에서 밭을 일구고 살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중산간은 그냥 목초지로 그대로 남아있었던 곳이죠.

◇ 류도성> 근데 하나둘씩 개발이 시작되는데요. 그 시발점이 골프장이라고 보면 됩니까?

◆ 이정민> 중산간 개발의 시발점은 1961년, 62년 당시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5.16도로, 한라산 제1횡단도로가 만들어지고요. 다음에 중산간 도로들이 만들어집니다. 번영로, 평화로가 개통이 되면서 접근성이 떨어졌던 중산간이 갑자기 개발잠재력이 높아진 거죠.

그리고 제1횡단도로가 건설될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제주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이 제1호 골프장이 제주도에 생기거든요. 그 이후 1970년대 부터 제주도 중산간에 소위 얘기하는 큰손들의 놀이터가 된 거죠.

◇ 류도성> 큰손이요?

◆ 이정민> 예. 전두환 정권시절 OOO여사. 이런 사람들은 정말 제주도에 땅을 많이 갖고 있었죠.

◇ 류도성> 근데 그렇게 큰손들이 제주부동산을 사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까?

◆ 이정민> 그 당시는 이승만 정권 때도 그렇고, 박정희 정권 때도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 비슷한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한다. 이런 논의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논의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큰손들이 그 당시에 3.3제곱미터에 10원도 안 하던 땅을, 목장 같은 것을 그냥 사들였죠. 왜냐면 제주도 사람들은 농사가 안 되는 땅은 땅으로 취급도 안했어요. 그러니까 목장 같은 데는 아예 농사 지을 생각을 안 했었던 거죠.

◇ 류도성> 그러면서 개발호재가 있는 곳을 노려서 큰손들이 제주로 내려왔고 그러면서 기획부동산이 등장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기획부동산이 어떤 사람들인가요?

◆ 이정민> 중산간 토지들을 보면 한 필지가 굉장히 큽니다. 그러니까 그걸 평당 10원에 샀는데 팔 때는 15원에 팔 수 없으니 일반 사람들이 살 수 있게끔 필지를 다 쪼갰던 겁니다.

그나마 제주도 기획부동산은 양반입니다. 건축할 수 있는 곳을 쪼갰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기획부동산들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한 20년 동안 잘 해먹었죠.

◇ 류도성> 그러면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건가요?

◆ 이정민> 그러니까 예를 들면 개발행위 허가라는 게 법에 등장한 게 2000년입니다. 그 전에는 필지분할이나 이런 것들은 개발행위 허가 없이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선만 쫙쫙쫙 그어서 분할신청하면 그때는 받아주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래서 목장에다가 도로 비슷하게 해서 선을 긋고, 거기다가 한 필지씩 해서 한 200평, 300평 이런 단위로 분할들을 다 했었던 거죠.

◇ 류도성>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어떤 건가요?

◆ 이정민> 우선 가장 큰 부작용은 시가지가 너무 외연적으로 확산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중산간은 사람이 안 살던 곳인데요. 사람이 안 살았다는 거는 편의시설이 없다는 거잖아요. 번영로나 평화로 같이 시내에 가까운 곳은 그나마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아요. 나머지 거리가 떨어진 곳들은 들어오질 않아요.

그래서 그런 문제도 있고 그리고 기획부동산이 문제가 된 거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주도에 땅을 갖고 있는 걸 굉장히 원하거든요. 그런데 땅만 사놓고, 건축도 안 해요. 10년이 넘게 안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죠.

근데 막상 이런 사람들이 건축을 하려고 그러니까 옛날 도로 비슷하게 구획해 놓은 것들이 행정에선 이거 도로 아니니까 건축허가를 못 내주겠다. 그렇게 했었고 최근에는 상하수도가 들어오지 않으면 건축허가 안 주겠다. 이렇게 변하면서 통제가 된 겁니다.

제주 중산간 타운하우스 분양광고(사진=자료사진)
◇ 류도성> 근데 왜 중산간 난개발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타운하우스잖아요. 제주에 타운하우스는 언제 어떻게 들어선 건가요?

◆ 이정민>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게 제가 봤을 때 한 2011년, 12년 정도부터 시도가 됐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타운하우스는 벽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건축물의 벽체를 공유를 해요. 근데 필지는 전부 분할이 돼있어요.

그래서 앞에는 주차장 쓰고 뒤에는 정원으로 써요. 그렇게 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단지거든요. 그리고 유럽에서 왜 도심이 이렇게 보존이 잘 되느냐면 타운하우스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해야 재개발 혹은 재건축을 할 수가 있어요.

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근데 제주도 타운하우스는 대지만 공유해요. 똑같아요. 어느 한 사람이 만약에 한 30제곱미터를 증축을 하고 싶다면 나머지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돼요.

◇ 류도성> 대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 이정민> 굉장히 불편한거죠. 근데 이게 왜 생겨나느냐면 이렇게 쪼개서 개발을 하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받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안 받아도 돼요. 그러다보니까 타운하우스가 개발건축허가로 하면서 난개발이 이루어진거죠.

◇ 류도성> 그러면 타운하우스가 그렇게 난립하면서 가져오는 부작용이나 문제는 어떤 게 있어요?

◆ 이정민> 지금 굉장히 문제가 많죠. 왜 그러냐면 도심인근에 있는 자연녹지지역의 타운하우스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입지도 괜찮고 나중에 타운하우스 만들어져도 취락지구로 지정이 되면서 공유토지분할에 관한 특례법 이용하면 분할도 할 수도 있어요.

근데 문제는 중산간 어디 한라산 중턱까지 가서 타운하우스 지어 놓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들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지금 분양 받은 데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근데 타운하우스가 한 번 시작을 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공사는 계속 가다 보니까 건설업체들이 타운하우스 했다가 요즘 분양도 안 되고 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그리고 이거는 또 하나의 난개발이고, 도시가 외연적으로 확산되고 그래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편입니다.

◇ 류도성> 마지막으로 중산간 부동산 관련해서 말씀을 정리하신다면?

◆ 이정민> 중산간은 제주도의 가장 보편적인 경관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중산간을 조금만 개발해도 경관훼손이 굉장히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름 같은데 올라가서 보면 초원이 펼쳐지고, 오름 군락이 펼쳐지면서 중간에 하나 타운하우스가 딱 보이면 굉장히 신경이 거슬리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중산간은 통제해야 되지 않느냐. 만약에 하려면 그냥 어느 정도 대규모개발 사업하면서 어떤 디자인 컨트롤이나 이런 것들이 되지만 그리고 대규모 개발사업도 지양을 해야 돼요. 중산간은 어쨌든 예전처럼 마소가 뛰어 놀던 곳이고 우리가 항상 보전해야 되고 제주도의 정체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에 중산간은 반드시 보전해야 됩니다.

◇ 류도성> <부동산 제대로 보기> 지금까지 도시계획전문가 이정민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정민 박사 (사진=제주CBS)
<이정민 박사는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출신으로 2002년 홍익대학교에서 공학박사(도시계획전공)를 취득했습니다. 1995년 1년 동안 국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2003년 제주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으로 근무했습니다. 2015년 8월에 연도시씨앤디(부동산컨설팅, 부동산매매 및 임대업, 도시계획컨설팅(총괄계획가 업무))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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