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일선 경찰서 체력단련장은 남자 직원들만 이용
이달 중순, 부산 사하경찰서 1별관 건물 1층에 마련된 체력단련장. 일과시간 전후로 러닝머신 등 각종 헬스 기구를 이용하는 직원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운동 중인 경찰은 모두 남성. 벽에 붙은 사진 역시 남성이 육체미를 뽐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운동한다는 경찰 A씨는 "수년째 운동을 해오고 있지만, 여경이 헬스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헬스장 바로 옆에 마련된 목욕탕은 남탕만 들어서 있어 남성은 운동 직후 바로 씻을 수 있게 돼 있었다.
반면 여경은 땀에 젖은 채로 본관 건물에 있는 여성 숙직실 샤워장까지 가야 해 불편해 보였다.
지하 1층에 체력단련장이 있는 북부경찰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헬스장 입구에 있는 목욕탕 '낙천정' 내부에는 온탕과 샤워기, 드라이기와 체중계에 개인 목욕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까지 있었지만, 이는 모두 남성 직원을 위한 시설이다.
북부서 소속 경찰 B씨는 "아침 시간대에 주로 직원들이 운동하는데, 여경이 운동하는 건 못 봤다"면서, "목욕탕은 당직 근무자를 위한 시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경이 당직 근무를 하기 전에 만들어진 경찰서는 모두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경찰청도 상황 다르지 않아
나머지 일선 서뿐만 아니라 부산경찰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경찰청 1층에 들어선 체력단련장은 여느 일선 경찰서보다 규모가 크고 운동기구도 많지만, 여경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특히 부산경찰청 체력단련장 내부에는 심지어 목욕탕이 두 곳이나 있음에도, 모두 남탕으로 운영돼 여경은 4층에 있는 목욕탕을 써야 한다.
부산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여경 C씨는 "나름 스스로를 강심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남자 직원들 틈에서 혼자 운동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부산경찰청 인근에 사설 헬스장이 있어 개인 비용을 지급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찰 내부서 "'여경 체력 부실' 인식 전환하려면 선발 과정만 바꿔서는 안 돼…"
한편, 지난 5월 한 경찰이 취객을 체포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된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경 체력검사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이후 순경 선발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남녀 체력시험 기준을 통합하는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여경은 체력이 부실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여경이 경찰 직무 수행에 필요한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경찰서 안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자전거나 에어볼, 줄넘기 등을 들여놓고 있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이용하기 민망한지 잘 안 쓴다"면서, "직원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부서와 설비 개선 등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일선서 여경 D씨는 "신입 경찰관 선발 시 남녀 체력시험 기준을 통합한다지만 경찰이 된 이후 근무활동에서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르면 무슨 체력 향상이 있을 수 있냐"면서, "단순히 운동기구 한, 두 개 더 늘여 놓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인식 변화와 함께 내부 시설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