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경한 면모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중도 외연확장을 내세워 아슬아슬 줄 타던 임기 초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구(舊)체제와 가까운 '강경 보수'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소속 의원들에 대한 '군기 잡기'와 한국당이 주최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황 대표의 최근 행보의 배경에 '극우 목사'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졸고 있는 한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며 뼈 있는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단식 때도 많은 애국시민이 '의원들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는데, 제가 '의원들은 바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군기 잡기'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단식 첫날인 지난달 20일 그런 취지의 비아냥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님을 둘러싸고 있는 자유한국당 있잖아요. 너무 얌전해, 도대체가"라는 말을 다름 아닌 전광훈 회장에게 들은 것이다. 당시 황 대표는 "잘 싸우실 걸로, 오늘 여기도 많이 왔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뒤로도 황 대표는 농성장에서 여러 차례 전 회장을 만났다.
전 회장의 그림자는 최근 황 대표가 선봉장으로 나선 국회 안팎 '태극기 집회'에도 드리우고 있다. 이 집회에는 전 회장이 청와대 근처에 천막을 차리고 이끄는 '광야 교회' 조직원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집회에는 전 회장과 동고동락 중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목격됐다.
황 대표가 전 회장 개인을 신뢰한다기보다는, 전 회장 쪽 '동원력'을 의식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복수의 황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회장 대중 동원력은 10월 광화문 집회 때 증명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앞서 여러 관계자가 '손절'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가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어 있던 친박들이 어느덧 다 살아났다. 심지어 서청원 전 대표(한나라당, 친박연대)도 뒤에서 판을 짜고 있다. 황 대표 뒤에 전광훈, 서청원이 각각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친박계 수장인 서청원 전 대표의 이름은 최근 황 대표의 당직 인선 이후 부쩍 거론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서 전 대표 계파로 분류되는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앉혔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앞서 '당 해체'를 주장하며 불출마 선언한 비박계 김세연 의원이 맡고 있었다.
성 원장은 사단법인 미래전략개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서 전 대표가 지난 2008년 총선 직전 친박연대를 설립할 때 당 싱크탱크로 만들었던 곳이다. 친박연대가 새누리당으로 흡수합병된 뒤로도 서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성 원장은 통화에서 "그동안 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도왔었다"며 "이번에도 황 대표가 미디어나 통신 정책과 관련한 일에 자문을 요청하면서 인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전 대표와는 중앙대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알게 됐지만, 이번 인선에 역할을 하시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연구소 부소장을 맡았던 김모씨 역시 최근 한국당에서 당직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 대표 상근특별보좌역에 이름을 올렸으며, 동시에 21대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강경 행보, 당분간 계속될 듯
황 대표의 행보가 친박, 강경, 극우, 장외 쪽으로 흐르면서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당장은 총선 공천이 걸려있다 보니 반발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한국당의 투톱은 전광훈과 서청원인 것 같다"며 "기존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가면서 중도 외연확장은 포기하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어느 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황(반 황교안)'으로 꼽혔던 심재철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그 역시 황 대표와 함께 강경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에 국민 추천을 받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막강한 권한인 공천권을 포기한 전례는 이전에도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