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드리운 전광훈-서청원의 그림자

"의원들 어디 갔나?"…전광훈 발언과 닮아
한국당 집회엔 '광야 교회' 측 대거 참석
당직 맡은 '서청원 연구소' 소장-부소장
"전광훈·서청원이 투톱?"…당내 '부글부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세졌다.

단식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경한 면모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중도 외연확장을 내세워 아슬아슬 줄 타던 임기 초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구(舊)체제와 가까운 '강경 보수'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근처 골목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라는 단체의 집회 무대에 오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캡처=노컷브이)
◇ 단식 농성장에 줄곧 나타난 전광훈

그 대표적 사례가 소속 의원들에 대한 '군기 잡기'와 한국당이 주최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황 대표의 최근 행보의 배경에 '극우 목사'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졸고 있는 한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며 뼈 있는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단식 때도 많은 애국시민이 '의원들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는데, 제가 '의원들은 바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군기 잡기'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단식 첫날인 지난달 20일 그런 취지의 비아냥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님을 둘러싸고 있는 자유한국당 있잖아요. 너무 얌전해, 도대체가"라는 말을 다름 아닌 전광훈 회장에게 들은 것이다. 당시 황 대표는 "잘 싸우실 걸로, 오늘 여기도 많이 왔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뒤로도 황 대표는 농성장에서 여러 차례 전 회장을 만났다.

전 회장의 그림자는 최근 황 대표가 선봉장으로 나선 국회 안팎 '태극기 집회'에도 드리우고 있다. 이 집회에는 전 회장이 청와대 근처에 천막을 차리고 이끄는 '광야 교회' 조직원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집회에는 전 회장과 동고동락 중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목격됐다.

황 대표가 전 회장 개인을 신뢰한다기보다는, 전 회장 쪽 '동원력'을 의식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복수의 황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회장 대중 동원력은 10월 광화문 집회 때 증명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앞서 여러 관계자가 '손절'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가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 (자료사진=이한형 기자)
◇ '친박 수장' 서청원, 최근 부쩍 거론


"숨어 있던 친박들이 어느덧 다 살아났다. 심지어 서청원 전 대표(한나라당, 친박연대)도 뒤에서 판을 짜고 있다. 황 대표 뒤에 전광훈, 서청원이 각각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친박계 수장인 서청원 전 대표의 이름은 최근 황 대표의 당직 인선 이후 부쩍 거론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서 전 대표 계파로 분류되는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앉혔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앞서 '당 해체'를 주장하며 불출마 선언한 비박계 김세연 의원이 맡고 있었다.

성 원장은 사단법인 미래전략개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서 전 대표가 지난 2008년 총선 직전 친박연대를 설립할 때 당 싱크탱크로 만들었던 곳이다. 친박연대가 새누리당으로 흡수합병된 뒤로도 서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성 원장은 통화에서 "그동안 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도왔었다"며 "이번에도 황 대표가 미디어나 통신 정책과 관련한 일에 자문을 요청하면서 인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전 대표와는 중앙대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알게 됐지만, 이번 인선에 역할을 하시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연구소 부소장을 맡았던 김모씨 역시 최근 한국당에서 당직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 대표 상근특별보좌역에 이름을 올렸으며, 동시에 21대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강경 행보, 당분간 계속될 듯

황 대표의 행보가 친박, 강경, 극우, 장외 쪽으로 흐르면서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당장은 총선 공천이 걸려있다 보니 반발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한국당의 투톱은 전광훈과 서청원인 것 같다"며 "기존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가면서 중도 외연확장은 포기하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어느 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황(반 황교안)'으로 꼽혔던 심재철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그 역시 황 대표와 함께 강경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에 국민 추천을 받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막강한 권한인 공천권을 포기한 전례는 이전에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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