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그룹이 보유 토지를 늘려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경실련은 정부 부처가 기업별 보유 토지자산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5대 재벌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보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1995년 ▲12조 3천억원에서 2018년 ▲73조 2천억원으로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5대 재벌의 토지자산(장부가액 기준)은 2016년 ▲71조 7천억원에서 2018년 ▲73조 2천억원으로 1조 5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과 비교하면 토지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5,994억원)이었다. ▲롯데(4,361억원) ▲LG(2,727억원) ▲현대차(1,056억원) ▲SK그룹(845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실거래가 기준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토지 가액(땅값)을 비교하면 현대차가 24조 7천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17조 9천억원) ▲삼성(14조원) ▲SK(10조 4천억원) ▲LG(6조 2천억원)가 뒤를 이었다.
재벌이 토지자산을 증식한 속도는 점점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에서 2007년까지는 매년 1조원이, 2007년 이후 11년 동안은 매년 4조 4천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 시기를 기준으로 토지자산 증가 속도가 매년 평균 4배 뛴 것이다.
경실련 국제팀 정호철 간사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시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수치인데, 많은 대기업들이 보유자산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시지가나 시장가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보유자산 증가율이 수배 이상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빌미로 기업 회계 기준을 변경하면서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던 기업별 보유 토지 면적, 공시지가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보 공개' 실태는 과거보다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삼 정부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30대 재벌들의 토지 거래 현황을 파악했고, 국회에 자료까지 제출했다. 1999년에는 전자공시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상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주석을 통해 기업별 보유 토지 면적, 공시지가, 장부가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체는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치지만 재벌의 부동산 보유 현황 등 기초적인 자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두 차례나 국세청, 국토부 등 정부 부처에 재벌 보유토지 현황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어느 부처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과거 '에버랜드 사태' 때 국회가 기업이 보유한 토지 관련 정보를 요청하자 국토부는 필지별로 토지 정보를 공개했다"며 "정부 부처가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을 뿐, 정부는 의지만 있다면 기업의 토지자산 현황을 파악·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이들의 불로소득을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재벌기업들이 본업인 영업보다는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에 몰두하도록 방조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의 '생계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에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자산 5조원 이상을 보유한 공시대상 기업은 보유 부동산 목록을 사업 보고서에 의무 공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은 연도별 보유 토지·비업무용 토지 현황 등 자료를 상시 공개하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