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용 꼬리 따라가듯 집값 폭락 확산될 것"

아파트
▶ 진행 : 고성국박사(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김광수 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버블세븐 지역에서 반값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의 경기침체와 맞물려서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이신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과 함께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

- 버블세븐 지역에서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서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집값이 상승하고 하락할 땐 장기파동을 그리는데요. 모양을 보면 포물선 모양과 비슷합니다. 집값이 오를 때도 처음엔 천천히 오르다가 투기붐이 일면서 가파르게 상승하는데요. 고점에 가까워지면 투자수익률 문제 때문에 좀 평평해지고요. 평평해지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는 걸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집값은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고 거래량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기대가격 차이가 워낙 심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거래량은 없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 그러다가 거품이 붕괴될 땐 어떤 현상이 생기나요?

거품이 붕괴될 땐 포물선이 다른 쪽 방향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기간이 지나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거시경제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부동산 거품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그때에 비하면 아직 부동산 가격 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까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요. 지금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를 때도 도심지역부가 올라서 주변부 지역까지 따라 올랐고요.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쉽게 예를 들어 용이 승천할 때 용 머리부터 오르고 용 꼬리가 따라 오르잖아요. 내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서울 강남과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내리고 있는데요. 지금은 강북지역까지도 완전하게 가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한편으로는 버블세븐 지역의 가격거품이 워낙 심했잖아요. 거기에다가 투자수익, 또는 건설사들 입장에선 분양수익을 많이 올리기 위해서 중대형 위주로 최근에 굉장히 많이 공급됐거든요. 공급된 대부분이 버블세븐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급물량의 충격까지 더해지는 거죠.

- 한나라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제가 볼 땐 시장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를 촉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한나라당은 이 조치를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물론 그렇게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지금 가파른 속도로 집값이 내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잠재적 매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집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선 양도세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되니까 오히려 그만큼 더 가격을 깎아서 내놓을 여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선 집값 하락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오히려 매물이 더 쏟아져서?

매물이 더 쏟아질 가능성도 있고요. 적어도 집값 거품붕괴를 막거나 집값을 올리는 조치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볼 땐 부동산 거래시장과 크게 상관이 없는 맥락인데 이런 거품붕괴 충격을 막는다는 핑계로 부동산값 상승할 때 혜택을 봤던 부동산 부자, 또는 다주택자를 위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혜택을 보는 건 이런 방안들을 추진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다수 관계자들도 포함되니까요. 제가 보기엔 상당한 이해충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종부세도 완화하고 양도세도 내리는 건 정책 일관성이라는 면이 있지 않을까요?

정책 일관성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기존 정부의 것을 전면 부인하는 게 정책 일관성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요. 정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일관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게 바람직한 건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책 의도는 집값 폭락을 막기 위한 건데 실제 효과는 집값 폭락을 부추기는 정책이 나올 수 있어서 이 경우를 청개구리 효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한나라당의 이번 정책 추진이 그런 효과를 가져올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이 시점에서 집값 하락을 그냥 놔둬야 합니까, 아니면 완화책을 써야 합니까?

부동산 거품이 200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불었습니다.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를 동반한 악성거품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버블붕괴 압력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오른다든가 각종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든가,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버블붕괴의 압력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이 버블붕괴로 인한 경제적 파탄이 나는 것들은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 위기는 피하되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연찬륙을 유도하면 좋은데요. 실제로는 부동산 거품이 워낙 크게 끼었기 때문에 연착륙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경제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는 걸 생각할 때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정부는 1,2년 사이에 당장 집값이 덜 떨어지고 그로 인해 충격이 덜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식의 억지 집값 부양정책, 또는 간접적으로 건설부양대책을 하면서 실제로 자산시장에서의 가격조절 매커니즘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걸 막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가 막히고,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퇴출이 안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옥석이 가려지지 않아서 시중자금이 돌지 않는, 그렇게 해서 좀비기업들이 늘어나서 시장 전체에 부실이 커지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들이 늘어나서 일본이 장기침체로 갔던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 일부 언론에선 ''불황기엔 명품 아파트에 주목하라''는 식의 광고나 기획기사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소위 버블세븐 지역에 그런 아파트들이 많은데요. 그쪽 지역이 지금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 말은 건설업계 입장에서 최대한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관점에서 말할 수 있을진 몰라도 실제로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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