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천문' 시사회가 열렸다. 각각 장영실, 세종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 연출자 허진호 감독이 참석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둔 사극이다.
'천문'은 영화 시작 전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라는 자막을 띄웠다. 올해 개봉한 '나랏말싸미', 2017년 개봉한 '군함도' 등은 기대작이었으나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려 기대에 못 미치는 스코어를 남긴 채 퇴장했다. 실존 인물이나 역사를 다룬 작품이 가장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역사 왜곡 논란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영감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허진호 감독은 "천문학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해 자문도 많이 구했다. 저희가 자격루를 재현할 땐 고증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이과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공부하느라 저도 고생 좀 했는데, 이 영화에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과의 조화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허 감독은 "기록에 의하면, 장영실이 만든 안여가 부서지고 나서 장영실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질문으로 다가왔다. 세종은 인재를 절대 버리지 않고 중용했고, 장영실을 굉장히 가깝게, 내관과 같이 지근거리에 두고 이야기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글(창제)만큼이나 그 시대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었다는 게 굉장히 큰일인데 왜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를 표현할 때 조금 더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며 "저는 역사물을 하는 데 있어서의 의미는 만드는 사람들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민식은 "저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묘한 뉘앙스, 성적인 게 아니라 정말 내가 흠모하는 사람, 성심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그 마음, 저는 그것이 이 영화에서 장영실이가 보여주고 표현해야 할 하나의 주된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허 감독님하고도 의견 제시하고 토론한 기억이 많은데, 저는 지금 결과에 대해 수용하고 만족한다. 근데 딱 한 가지 뭐라 그럴까 이렇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다 이해는 가지만.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것은 영화고 만드는 사람들의 재해석이 있다. 그게 추접스럽거나 과거 인물과 역사에 대해 누가 되는 게 아니라면, 그 진심, 장영실이라면 이랬을 것이라는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해석이 좀 더 자유롭게 표현되길 바랐다"라고 부연했다.
한석규는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는 거다. 역사라는 것에 개인적으로 관심도 많고, 연기자라는 직업이 '왜?'라는 질문과 상상력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한 직업이다. 역사 왜곡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고, 그것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도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석규는 "역사는 한 개인의 역사는 있을 수 있어도, 그런 어떤 덩어리의 역사는 어떤 게 진실이고 사실이냐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너무 달라진다고 본다"라며 "저희가 하는 일이 상상하는 직업이고, 실록에 기반한 사실을 가지고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의 결과물로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또한 "영화 만들면서 실제 있었던 일과 영화적 상상력에 대한 고민은, 감독, 배우들, 스태프들도 한다. 저희가 정말 실제로 있었던 대로 그대로 만든다는 건, 감독에게는 재미없는 일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상상력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관객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