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배상금, 다시 은행으로 돌아간다는데…

키코 피해 기업중 상당수가 은행이 대주주…키코 이후 기존 대주주 대신 경영참여
"은행이 손해배상해도 은행이 되가져갈 판"

(일러스트=연합뉴스)
11년만에 손해배상 판정을 받은 키코 피해기업 가운데 '일성'은 그 피해액이 900억원을 넘는다.


대기업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해외수출로 해마다 2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던 일성은 키코 손해로 인해 결국 법정관리까지 가게 됐고 채권단이 경영에 합류하면서 이름도 '일성하이스코'로 바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직접적 피해자였던 창업주는 지분을 박탈당하고 그 자리를 '유암코'가 채웠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시중은행이 100% 출자한 부실자산관리 기업이다.

장세일 전 일성 회장은 "원래는 회사 지분의 70%를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5%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는 유암코가 9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성'이 입은 키코 피해에 대한 배상을 '일성하이스코'가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유암코를 통해 은행이 손해배상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은행이 손해배상으로 뱉어낸 돈을 다시 가져가는 셈이다.

장 전 회장은 "키코로 인해 은행에 갚아야 할 채무가 이자까지 합쳐 1,200억원인 상황에서 이번 손해배상으로 141억원을 받아봐야 다시 은행이 가져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키코 피해기업인 코막중공업 역시 키코 사태로 유암코가 주요주주로 올랐다.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는 "키코 이전에는 지분이 90%였지만 지금은 10%정도"라며 "유암코가 지분의 50%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키코 사태로 피해 당사자 대신 은행이 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로 올라선 사례는 키코 피해 기업중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가 개인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선 채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키코 피해기업들은 손해배상금이 '현재의 기업'이 아닌 '피해 당시의 기업주'에게 지급돼야 하며 개인의 보증채무도 소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키코 공대위는 "은행이 대주주로 올라선 현재의 기업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은행의 왼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오른 주머니에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실제 피해 당사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또 "키코 사태 이후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표 개인과 가족, 친지들이 연대보증을 섰다"며 "하지만 이것이 족쇄가 돼 키코 피해 기업 일가족들은 여전히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뒤 "캠코 등이 이들 개인의 보증채무를 매입해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조정위원회가 6개월동안 미뤄진 이유도 보증채무 문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손해배상금을 누구에게 지급할지, 개인보증채무를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금융당국과 계속해서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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