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분단 이후 멈추지 않는 연평도 포성 ② 삶이 파탄나도 떠날 수 없는 섬 (계속) |
◇ 불안한 남북 분위기…두려운 주민들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했던 '연말 시한'이 별다른 성과없이 가까워지자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황해도 남부 지역인 창린도에서 포사격을 실시해 우리 국방부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연평도는 이미 포격 도발을 경험한 곳인 데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며 "쉽게 도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다"고 말했다.
◇ "국방·안보상 연평도 주민들의 집단 이주는 안돼"
연평도 주민들이 악화되는 남북분위기에 불안감을 내비치는 건 비상상황 발생시 이를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주민들은 집단 이주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서해5도 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주민들이 연평도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법 제정 당시 국회 행정안전소위원회에서는 정부가 '화약고'가 돼버린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의 주민들을 육지로 집단이주하는 것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정부의 입장은 집단이주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2010년 12월 3일 열린 제294회 국회 행정안전소위원회 특별법 제정 심사 회의록을 보면 안양호 당시 행정안전부 2차관은 "집단 이주 대책은 영토 수호 개념에서 주민들이 다 빠져나오고 군인들만 섬에 남아 있게 되면 자칫 국제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며 "NLL을 사수하려는 우리 국방‧안보정책상 주민들이 빠져나오게 하는 지원 대책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에 출석한 맹형규 당시 행안부장관 역시 "(서해5도 지원특별법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의 검토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신 노후화된 현지 대피시설을 현대화해 현지 대피가 가능케 하자고 제안했다. 국회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집단 이주를 제외한 정주여건 개선에 집중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정부가 집단이주를 지원해주지 않자 주민들 스스로 이주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가 컸다.
이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평도 현지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업이 주요 산업인 이곳을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집단이주 지원 대신 정주여건을 개선해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지원해주겠다며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삶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옹진군 군정백서를 보면 포격사건이 발생한 2010년말 연평도에서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지원을 받는 저소득 인구는 35명이었지만 포격 이후인 2012년에는 68명으로 늘고 2016년에는 141명으로 치솟았다.
서해5도로 확대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0년말 138명이었던 저소득 인구는 2015년 463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 연평도 주민은 "지금 상황대로면 그나마 경제적인 문제에 도움을 줬던 공공근로사업도 내년에 끝난다"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한데 섬을 떠날 수 없다면 먹고 살게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정부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지난 21일 연평도 주민들은 국무총리실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의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탄원서에는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을 갖지 않도록 절박한 마음을 담아 간청한다"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