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기 결정의 건인 1번 항목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명시적으로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자유발언으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다.
심 원내대표가 '회기 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의사 일정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 11~16일을 회기로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내년 1월 9일까지 회기 30일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이날 상정될 안건 중 내년도 예산안의 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외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법안들 때문에 발생한다. 여야 간 첨예한 시각차 가 있는 선거법과 공수처 신설안 등에 대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본회의 처리를 지연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임시국회 회기 일정을 쪼개는 해법을 찾았다. 만약 이날 선거법에 첫 번째 필리버스터가 신청되면 16일에 폐회하고 17일에 다시 임시회를 열어 필리버스터를 봉쇄한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에 신청된 법안은 회기가 끝난 뒤 다음 회기엔 표결 처리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회기 결정 안건부터 필리버스터를 걸었다. 이렇게 되면 이번 회기 결정 안건을 놓고 무제한 토론을 한 뒤 다음 회기(17일 예상)에 표결하게 된다. 전 회차의 회기를 표결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회기 결정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지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때문에 문 의장의 결단이 주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 의장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회기 결정 건을 의결한 뒤 다시 예산 부수법안, 민생 입법 등으로 의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거법 새 개정안에 반발한 범(凡)여권 군소정당들이 본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회기 결정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본회의를 열지 못하게 되면 오는 17일 차기 총선 예비후보 등록 전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하려던 여권의 당초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