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김덕기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입니다. 체육부 임종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덕기 >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네, 오늘은 극과 극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 FA, 즉 자유계약선수 시장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 김덕기 >일단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연일 천문학적인 액수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먼저 올해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우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지난 10일 원 소속팀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18억 원에 계약했습니다.
이 계약은 2015시즌 뒤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보스턴과 맺은 7년 2억17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역대 투수 최고액입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기록이 깨졌습니다. 그제 올해 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900억 원에 계약한 겁니다. 평균 연봉도 3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30억 원으로 역시 역대 투수 최고액입니다.
콜은 올해 휴스턴에서 20승5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9살의 젊은 나이 때문에 역대 최고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투수는 아니지만 내야수 앤서니 렌던도 스트라스버그와 같은 7년 2억4500만 달러에 LA 에인절스와 계약했습니다. 이들 3명의 몸값만 거의 1조 원이 됩니다.
◇ 김덕기 >이런 상황에 우리 류현진 선수의 계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죠?
네, 맞습니다. 류현진은 물론 콜이나 스트라스버그처럼 초특급 선발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리그 정상급 투수로 꼽힙니다. 콜과 스트라스버그를 놓친 구단들로서는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올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인 2.32의 빼어난 기록을 냈습니다. 2013, 2014시즌에 이어 다시 14승 고지도 밟았습니다. 어깨 부상 전력과 32살의 나이가 다소 걸리지만 향후 4년 정도는 기량을 유지할 능력을 갖췄습니다.
특히 류현진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좌완 잭 휠러가 필라델피아와 5년 1억1800만 달러 계약을 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총액 1억 달러, 우리 돈 1200억 원이 넘는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네소타가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이미 알려졌습니다. 에인절스와 올해까지 류현진의 소속팀 다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론토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몸값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세인트루이스까지 영입전에 뛰어들었다고 메이저리그 홈페이지가 전했습니다.
특히 류현진의 에이전트가 콜과 스트라스버그, 렌던의 계약을 이끈 스캇 보라스입니다. 악마의 협상가로 불리는 보라스이기에 기대감은 더 큽니다.
네, 최근 KBO 리그에서는 4년 100억 원 안팎의 대박 계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KIA 최형우가 2016시즌 뒤 4년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혔고, 롯데 이대호가 4년 1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습니다. LG 김현수가 115억 원, 지난 시즌 뒤에는 NC 양의지가 125억 원, 최정이 10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FA 시장에는 한파가 불어닥쳤습니다. 100억 원은 고사하고 50억 원이 넘는 계약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FA 자격을 다시 얻은 한화 마무리 정우람이 4년 39억 원으로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외 키움 포수 이지영이 3년 18억 원, kt 외야수 유한준이 2년 20억 원에 계약했습니다.
올해 대어로 꼽히는 KIA 안치홍과 김선빈, 롯데 전준우 등은 이런 이상 기후에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 김덕기 > 지난해는 그래도 100억 원 이상 계약자들이 나왔는데 올해 왜 이렇게 시장이 차가워진 겁니까? 메이저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데요?
네, KBO 리그에 불어닥친 위기감 때문입니다. 프로야구 인기 하락이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관중은 728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80만 명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저하된 경기력과 아시안게임 병역 특혜 논란까지 야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늘어난 가운데 선수들의 높은 몸값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프로야구만 돈 잔치가 벌어진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각 구단들은 4년 80억 원 FA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관중 급감으로 인해 적자가 불어나는 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겁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관중이 소폭 줄고는 있지만 지난해 7년 5조7000억 원의 엄청난 중계권 계약으로 FA들에게 돈을 쓸 수 있지만 우리는 1년 500억 원 수준입니다. 유니폼 판매 등 마케팅에서도 한미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여기에 이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들이 적자에도 그동안 성적을 위해 출혈을 감수했지만 FA 효과가 크지는 않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 우승한 두산이 대형 FA 영입보다는 선수들을 키워 성적을 내는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 FA가 없는 키움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 김덕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프로야구에 100억 원 안팎의 대형 계약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겠군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김하성이나 이정후, 강백호 등 20대 초반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FA보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단들이 이른바 쩐의 전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LG 유격수 오지환도 처음에는 6년 계약을 주장했지만 계약과 관련해 구단에 백지위임하며 손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100억 원 FA 대박은 이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