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청원인은 지난 10월 14일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려 '동네서점을 살린다는 취지에 역행하고 웹툰, 웹소설 등 새로운 산업과 맞지 않으며, 독자들에겐 부담만 가중시키는 제도'라는 취지로 제도의 폐지를 요청했다.
청원인은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이후 오히려 책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독서인구가 감소했고, 나아가 출판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제도인 '완전 도서정가제'에 대해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는 데에도 강하게 우려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3일까지 20만 9000여 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기준을 충족했다.
답변자로 나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청원은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비롯해 변화하는 출판산업에 맞춰 정부의 진흥 정책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시하고 그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박 장관은 "시장에서 자본을 앞세운 대형·온라인 서점 및 대형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규모의 서점이나 출판사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정가제의 기본 취지"라며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같은 취지로 도입 및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와 서점업계의 자율 협약을 통해 지난 1977년부터 시행됐던 제도는 2002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이 제정되며 법제화 됐다.
박 장관은 "이후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우회적인 편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예외조항을 축소하고 발행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책을 할인할 수 있었던 도서정가제 적용시한을 폐지하고 경제상 이익 제공 비율을 축소하는 대신에 출판사가 도서의 정가를 변경해 판매하는 재정가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청원인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국민들의 독서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출판산업 또한 도서 초판발행부수가 감소하고 전체 매출규모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이달 초 국민들을 대상으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공감하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현행 도서정가제로 인해 도서가격이 비싸졌다고 인식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고 이에 도서 구매를 꺼리게 된다는 응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도서정가제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전자책에 대한 별도 제도를 마련하고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로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현재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강화, 유지, 보완, 폐지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서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박 장관은 모든 도서를 할인 없이 정가에 판매한다는 이른바 '완전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적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도서정가제 강화로 인해 전자책 대여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박 장관은 "도서정가제는 현재 판매되는 도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바로잡는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기반의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다시 점검하고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의 출판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식·문화 매체로서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 도서관을 더 짓고,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하고, 국민들의 도서구입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제도' 및 구간(舊刊)에 대한 정가변경 제도 정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