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한나절만에 원점으로…'패트' 정국 막판 大혼란

한국당 심재철 새 원내대표 선출
문희상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서 '예산처리.필리버스터 철회' 합의
하지만 한국당 의총에서 '先 예산 後 필리버스터 철회'로 입장 선회
민주당, '필리버스터 철회 안하면, '4+1 예산안' 처리 강행' 경고
하지만 오늘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정되지 않을듯…민주-소수정당 '선거제 합의' 진통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서 막혔던 여야 협상 국면이 풀리는듯 했으나, 다시 반나절 만에 원점으로 회귀했다.

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9일 새로 선출되자마자 낮 12시 문희상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합의안을 만들었다.

합의의 내용은 그동안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 무소속 호남 의원 모임 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진행하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예산결산위원회 간사들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또 한국당.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들의 참여 하에 만들어진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1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대신 한국당은 민생법안 199건에 신청했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했다.

예산안 처리와 필리버스터 철회가 선행되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들을 10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 문 의장과 4+1 협의체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10일 본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한 뒤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순차적으로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한 후 필리버스터 철회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오후 6시쯤 한국당 의원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안이 합의되면 다른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며 "예산안이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필리버스터 철회' 카드를 꺼내들면서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간 첫 번째 합의 사항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럴 경우, 4+1 협의체에서 심사했던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10일 오전까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과 함께 심사한 내년도 예산안 대신 4+1 협의체에서 심사한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채 패스트트랙 법안을 10일 본회의에 올려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

제1야당을 빼고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데다, 아직 4+1 협의체에서 선거제 개편 단일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250석에 비례대표 5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 50석 중 25석은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제처럼 각 정당의 득표율대로 할당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의당이나 평화당, 대안신당 등 군소정당들은 지역구250석.비례대표 50석에 연동률 50%를 비례대표 모든 의석(50석)에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선거제 개편 방식에 따라 각 당의 의석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차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비례대표의 연동률이 높을수록 비례대표 의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군소정당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편안대로 진행될 경우,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00석을 차지하고 정당 득표율을 40% 정도 얻었다고 가정한다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정당 득표율 40%(12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면 60석을 얻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이미 지역구에서 100석을 얻었으므로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5석을 얻고 정당 득표율이 10%로 나왔다고 가정하면, 정의당은 비례대표 10석을 가져가게 된다.

정당 득표율 10%(30석)에서 연동률 50%를 적용하면, 정의당이 15석이 돼야 하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5석)을 뺀 10석을 비례대표로 보존받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50석에서 연동률을 적용하는 의석을 25석으로만 제한하려는 것이다.

25석으로 제한하게 되면, 설사 정의당이 10석을 보존받게 되는 경우라도 다른 정당의 연동률까지 고려하게 되면서 실제 보존 의석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정의당처럼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도 일정 수준의 득표율을 얻는다면, 초과의석이 발생하더라도 25석 안에서 나눠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4+1 협의체에서 합의가 안 되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던 법안의 원안(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연동률 50%)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를 부결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 지역구 253석을 대폭 줄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협상에 참여할지 말지가 패스트트랙 정국의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한다면, 일단 협상장이 마련될 명분은 생기게 된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10일 오전 10시에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을 처리하면서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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