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재개발 꿈꾸던 한남3구역 다시 '겨울왕국'

"원점에서 재검토" 서울시 '입찰 백지화' 강경 방침에 조합들도 '동상이몽'
'수정 재입찰' 찬성률 90% 넘지만 조합 집행부 "서울시 방침 따를 수 밖에"

한남 3구역.(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남3구역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16년 만에 찾아온 재개발에 '입찰 무효' 날벼락이 떨어지면서 재개발은 다시금 얼어붙은 상태다. 조단위 공사비로 단군 이래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한남3구역이 다시 '겨울왕국'이 돼 버렸다.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던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조합 사무실에 조합 이사들이 모여들었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 끝에 '입찰 무효'라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시공사 재입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조만간 대의원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입찰 무효 결정을 내린 만큼 조합 집행부는 재입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의견대로 재입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서울시에도 조합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천억원에 달하는 보증금 몰수, 입찰 전면 백지화라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조합원들은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수정제안'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 5일 허위 과장 광고 등 문제가 됐던 지적사항을 제거하고 입찰조건을 수정한 뒤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수정 입찰' 탄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일부 조합원은 거리로 나섰다.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한남3구역 조합원 신경철(60)씨.

노란색 피켓을 목에 걸고 찬바람 속에서도 서울시 앞에서 지난 3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신경철(60)씨는 "건설사 과열로 사업 중지가 된 상황에서 가슴이 답답해 나오게 됐다"며 "서울시의 전면 백지화 요청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3개 회사가 이미 보증금도 낸 상황인 만큼 3개 시공사와 함께 잘 상의해서 다시 한 번 더 입찰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거수로 진행된 투표에서도 90%에 가까운 조합원이 '재입찰'보다는 '수정 입찰'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 2일 조합 집행부가 서울시와의 면담 자리에서 '수정 입찰' 불가능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조합원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총회를 할 때만 해도 수정입찰과 재입찰 두 가지 선택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집행부가 이번주에 서울시 관계자 면담을 다녀오면서 수정 입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면서 "시공사의 잘못에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조합원들의 화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분위기를 전하던 이 조합원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조합도 고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조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이자 대출과 임대주택 제로 등의 달콤한 공약들이 독이 되어 돌아오면서 건설사들도 홍보 활동을 중단하고 숨죽이며 조합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재입찰을 선언하면 입찰계획부터 다시 세운 뒤 입찰제안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사업이 미뤄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남3구역 입찰제안서에 수정제안 문구가 애초에 없었다"며 "조합원들이 수정 입찰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스스로 만든 규범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만약 수정 입찰이 진행될 경우 2~3년 후 재개발 수주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며 "이번에는 깔끔히 털고 가는 게 맞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어 "산고 끝에 재개발이 진행되는 한남3구역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시공사의 과열 양상 때문에 조합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재개발이 잘 진행되도록 최대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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