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교섭단체 3당은 6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철회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상정 보류를 맞바꾸는 잠정안을 마련했지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막판 결렬됐다.
나 원내대표는 "부득이하게 다음 원내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책임있게 합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며 "실질적으로 원내대표 교체기에 제가 이걸 합의하고 가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음 원내대표의 협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원내 사령탑이 패스트트랙 막판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오는 9일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를 대신할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9일은 여당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본회의 상정하겠다고 통보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당 의총이 막판 변수로 남은 것이다.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참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270석으로 늘리자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극단적 입장에서 큰 변화를 보인 것이다.
만약 한국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본격 협상을 요구한다면, 여당 입장에서도 받지 않을 수 없다. 선거법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한다는 명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당으로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의 '4+1협의체' 합의도 깰 수 없어 막판 고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9일 한국당의 의원총회 결과를 본 뒤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우선 4+1 협의체의 협상안을 존중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월요일 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때 가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일단 9일 본회의를 열어 4+1 협의체 단일안을 상정. 통과시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걸어도, 11일 열리는 임시회기까지 협상 시간을 2~3일 정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당까지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이 만들어질 경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후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는 현재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연동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럴 경우, 현재 민주당이 타협안으로 준비한 '반 연동, 반 병립안'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고려해 비례대표 의석 50석에 25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은 병립형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의 50% 연동률을 추가로 낮추는 안이다.
해당 안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할 경우, 정의당 등 소수당의 강력반발이 불 보듯 뻔해 파열음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6일 한국당에 재차 협상 참여를 압박하면서도 "50% 준연동형제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50% 연동률은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비례성의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의당 원내 관계자는 "만약 한국당과 민주당이 연동률을 낮추는 안에 합의할 경우 '더불어 한국당'의 야합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도 모든 정당으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는 오는 8일까지 선거법 단일안에 대해 합의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비리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8일까지 단일안을 완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