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에 570억달러 흑자여도…확인되는 건 '경기하강'

한은 연간 전망치 달성 가능성…반복된 하향전망, 의미 희석
재정의존 성장, 대외 취약 교역국 한계…불황형 흑자 우려도

(그래프=장관순 기자)
2019년 한해 우리경제의 성적표가 차츰 드러나고 있다. 최근까지 실적으로는 '경제성장률 2%, 경상수지 흑자 570억달러' 전망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우리경제가 하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결과일 수 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실질GDP(원계열 기준)는 1358조1877억원이다. 4분기 중 약 485조7030억원의 실질GDP가 더 쌓이면 연간 2% 성장하는 셈이 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질GDP가 1332조5499억원이었던 만큼, 전년동기 대비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1.92%다. 같은 방식으로 하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67%, 2분기는 1.86%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상승세다.

연간 전망치 달성을 위한 분기 성장률 충분조건이 '0.97% 이상'에서 '0.93% 이상'으로 낮아진 것도 4분기 실적에 유리하다.

경상수지는 10월까지 496억7000만달러 누적 흑자를 기록했다. 환율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이 역시 앞선 몇 달간 실적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570억달러 달성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한은 관계자는 "연간 전망치 달성까지 73억달러 정도 남았고, 이 추세라면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적이 전망치에 미달하는 경우 경제주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낮춰진 전망치를 달성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은 2.6→2.0%로, 경상흑자 전망은 690억→570억달러로 매분기 전망을 낮춰왔다. "한은 전망치 적중은 우리경제가 하강기라고 확인시키는 것이기도 하다"(금융권 인사)는 얘기다.

(그래프=장관순 기자)
실제로 최근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재정 의존적 경제구조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의 기여도는 지난해까지 민간이 정부보다 높았으나, 올해 1분기 0.9%p로 같아진 뒤 2분기부터 정부 기여도가 1.8→1.6%p로 민간(0.2→0.3%p)을 압도한다.

이 와중에 설비투자·건설투자는 매분기 감소하고 있고, 소비자물가도 최근 반등하긴 했으나 저물가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 동향 등 대외변수에 따른 교역 위축, 환율 급변 등 취약성도 고질적이다.

특히 환율은 달러환산 실적에 직결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국민총소득은 1429조5053억원으로 전년동기 1406조9290억원보다 크나, 해당년도 9월말 환율을 적용하면 1조1950억달러 대 1조2683억달러로 역전된다.

지난 4월 3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경상수지에 대해서도 '불황형 흑자'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흑자라지만, 수출 회복세 둔화 탓에 수입이 동반 감소한 것일 수 있어서다. 10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1개월째, 수입은 6개월째 각각 감소세를 보였다.

교보증권 이영화 이코노미스트는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되면 원화 절상, 외화유입 확대, 원화 절상 심화, 수출 감소, 내수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1995년에 발생한 불황형 흑자는 1997년 외환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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