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때문 아니다?' 가려진 역대 경찰국장 사진 논쟁

전북경찰청사 역대 경찰국장 사진 가림막 설치
민족문제연구소 "친일 청산" 경찰 "권위 개선"
홈페이지 사진 내렸다가 다시 게재 '오락가락'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은 5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단과 만나 '친일 경찰국장 사진' 철거 요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승현 기자)
전북지방경찰청이 '역대 경찰국장 사진'을 가린 배경에 대해 "친일 때문만은 아닌 권위적 조직문화 개선 차원"이라고 밝혔다.

경찰 입장이 '친일 잔재 청산'에서 '지난해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개방공간에서 역대 관서장 사진을 내리라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로 바뀐 것이다.

발단은 최근 전북지방경찰청 1층에 마련된 '역대 경찰국장 사진'을 가리면서다. 이중 전북지역 '친일 경찰국장' 8명이 포함됐다.


전북지역 '친일 경찰국장'은 1대 김응조, 3대 한종건, 4대 조병계, 5대 김상봉, 9대 김응권, 15대 김종원, 16대 신상묵, 20대 이정용 등 8명이다.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5일 "오로지 친일 청산을 위해 사진을 가린 것은 아니다"며 "권위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측면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친일 경찰국장 8명 사진. (사진=전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지난 2017년 8월 16일 경찰 조직에 남아 있는 친일 잔재 청산에 나섰다.

전북지방경찰청에 행정정보 공개청구를 통해 청사 내 친일 경찰국장 사진 철거를 요구했고 "당장 그럴 계획은 없지만 상의를 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국장 사진을 철거하거나 철거가 힘들다면 친일인명 사전에 등재된 내용 추가 게시를 제시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달 기자회견까지 준비한 민족문제연구소에 경찰 측은 "그럴 필요는 없다. 가림막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은 "권위주의는 추상적인 게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해방 이후 독재에 부역했던 게 권위주의와 상관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경찰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친일 청산은 뭐가 꺼림칙하다고 여기거나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한다는 상명하복이 있는 건가 의심을 한다"고 주장했다.

5일 현재 복원된 역대 전북국장 사진. (사진=전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경찰의 입장 번복과 함께 홈페이지 '역대 경찰국장 사진'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언론 보도 후 여론을 의식한 듯 홈페이지에 등재된 '역대 경찰국장 사진'을 내렸다가 재논의를 거쳐 다시 게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 판단에 따라 홈페이지 사진 게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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