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 섬이라는 '감옥'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들…화장실 없는 '곰팡이' 숙소 ② "마음에 안 드니 나가라" 내쫓기는 외국인 노동자 ③ "감히 날 무시해" 폭언·폭행에 골병드는 외국인 노동자 ④ "한국사람이면 저런 데서 못 살제"…섬·양식장 등에 홀로 지내는 경우도 ⑤ 최저임금은 커녕 시급 5000원 받는 외국인 노동자 (계속) |
◇ '허울'뿐인 최저임금 보장… 실제 시급은 시간당 5000원 수준
A씨의 표준 근로계약서에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시간당 835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표기돼 있었지만 추가 수당은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통제가 필수적이지만 노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사업주 마음대로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지역에서 한국 국적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제조업 종사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비교적 노무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큰 차이가 있다.
◇ 도시지역과 달리 노무관리 안 돼…점심시간은 길어야 20분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주가 이를 근거 자료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실제 경기도 이천 한 돼지농장에서 일한 미얀마 국적 20대 B씨는 급여의 4분의 1에 달하는 50여만 원을 6개월 동안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용주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3개월 분만 받고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전남 나주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 미얀마 국적 20대 C씨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 정도 일했다. 점심시간은 길어야 20분 정도였으며 물과 간단한 간식을 먹는 휴게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C씨는 한 달에 190시간 일하고 160만 원을 받기로 계약했지만 한 달에 많게는 100시간 정도를 더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고용주에게 추가 수당의 절반만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농한기에는 계약하지 않은 곳에서 노동… 야간수당 적용 대상 제외
이처럼 농한기에는 계약되지 않은 또 다른 노동을 요구하면서 최저임금은 보장받지 못하는 게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이다. 계약되지 않은 일을 시키는 상황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전남 신안에서 양식장 관리 일을 하기로 하고 한국에 들어온 한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 노동자는 멸치 등을 잡는 선원 일을 계속시키자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 됐다.
대다수 농어촌 지역 외국인 노동자가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황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시급의 50%를 더 줘야 한다는 야간근무수당 역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미역이나 전복 등을 키우는 양식장에서 일하거나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새벽시간에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어 야간근무수당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 외국인 노동자 통장·도장 관리하는 사업주
월급은 정해진 날짜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또한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의 통장과 도장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 군산 개야도에서 일한 동티모르 국적 30대 D씨의 경우처럼 1년 가까이 급여가 지급되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거나 계약이 종료돼 고국으로 돌아갈 때 그동안의 급여를 한꺼번에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성실 근로자로 인정받아 다시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이 있더라도 드러내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김춘호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철저히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 별다른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