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1월 19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얻는 시간. ‘우리 딱 동물들만큼한 합니다.’ 동물세계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최재천의 동물보감>.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여러분의 삶은 얼마나 달라지셨나요? 지금 1년이 넘었지만 물론 대기업부터 시작은 했어요. 아직도 저녁이 있는 삶, 또 노동시간 단축 이 목표 달성.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많고 어제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보안책도 내놓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떨까? 동물들은 얼마나 일하고 어떻게 쉴까. 요컨대 진짜로 일개미들은 워라밸을 지킬까요?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교수님은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일하세요?
◆ 최재천> 이거 좀 찔리는 얘기인데요. 오랫동안 우리 이렇게 사람들 만나면 저를 밥을 못 사게 하더라고요. 교수가 무슨 돈이 있냐 하면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밥값은 내시면서 은근히 또 뭐라고 그러냐면 그 대신 교수님 시간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시간 없는데요. 그러면 아니, 자기 마음대로 시간 쓰는 좋은 직업 갖고 계시면서 왜 그러냐고. 그렇군요. 그러다 저 한 5~6년 전부터 그런 분들 만나면 제가 돈 내겠다고 그랬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틀렸다. 당신들은 회사 끝나면 접지 않냐고. 접고 그냥 쉬고 술도 마시고 놀고. 그런데 나는 가만히 보니까 학교에서도 일하고 집에 퇴근하고 가서도 또 일하고.
◇ 정관용> 무슨 일을 하시나요, 집에서?
◆ 최재천> 그냥 계속 집에서도 논문 보고 또 책 읽고 책 쓰고. 그냥 잠자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일하고 있다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사람들이 저한테도 자꾸 물어봐요. 방송 제가 오래 했으니까 방송을 위해서 하루 생방송을 위해서 준비를 어느 정도나 하세요? 이걸 궁금해해요. 제가 대답을 이렇게 말합니다. 보는 눈에 따라서 24시간이 준비시간이기도 하고 딱 30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 최재천> 애매하게 대답해 놓으셨군요.
◇ 정관용> 사람,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는 훨씬 일을 많이 하는 것 아닌가요? 우선 기본적으로?
◆ 최재천> 비교가 안 되게 많이 합니다. 영어권 사람들은 비버가 일을 많이 한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나무 잘라서 댐 만들고 이렇게 사는 그 비버라는 단어가 열심히 일한다라는 뜻도 돼요. 그 정도로 일 열심히 하는 동물의 대명사인데, 물론 개미도 있지만. 그런데 비버 하루 종일 관찰해 보면 우리보다 훨씬 일 덜 해요. 우리 만큼 열심히 일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뭔가 어디서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데 옛날에는 안 그랬잖아요.
◇ 정관용> 원시시대 때는 안 그랬죠.
◆ 최재천> 안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의 노예가 된 불행한 동물이에요.
◇ 정관용> 이제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다시 조금 좋아지는 건가요?
◆ 최재천> 좋아져야죠. 저는 이건 말이 안 되는. 특히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 제일 열심히 일하는 나라잖아요. 이건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아요. 주 52시간 참 견뎌내기 힘든 문제도 많겠지만 저는 이거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 정관용> 무조건 옳은 방향이죠?
◆ 최재천> 그렇죠. 기본적인 우리 삶의 질의 차원에서 어떻게든 이뤄내야 되는. 52시간도 너무 길어요.
◇ 정관용> 길죠. 더 줄여야 돼요.
◆ 최재천> 40시간으로 가야죠.
◇ 정관용> 동물들은 어쨌든 사람보다 훨씬 적게 일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많이 일하는 게 비버, 일개미. 일개미나 일벌 이런 거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때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요?
◆ 최재천> 아닙니다. 제가 여러 번 얘기를 한 것 같은데 80:20법칙이 개미 사회에 벌어지는 걸 보면 개미들이 하루 종일 일 못해요. 그런 체력이 안 됩니다. 곤충은 기본적으로 외골격을 갖고 있잖아요. 우리는 내골격을 갖고 있고. 우리는 뼈가 안에 있고 그 뼈에 근육이 붙어 있는 거죠. 그런데 곤충은 껍데기가 있고.
◇ 정관용> 껍데기가 딱딱하고.
◆ 최재천> 껍데기 안쪽에 근육이 붙어 있는 거거든요. 몸 안에 골격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런데 이렇게 외골격을 갖고 있는 동물들이 근육의 힘이 좋아요. 그러니까 개미 한 마리가 새 한 마리를 물고 매달려 있는 그런 사진 보셨잖아요. 그런 정도로 힘이 굉장히 센데. 대신 지구력이 부족해요.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 일할 수가 없어요. 동물들도 같은 내골격을 가진 동물들 중에서도 네 발로 걸어다니는 많은 동물들이 오래 못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치타같이 굉장히 빨리 뛰는 동물.
◇ 정관용> 오래 못 뛰죠?
◆ 최재천> 오래 못 뛰어요. 우리 인간이 직립을 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훨씬 줄어들면서 우리는 굉장히 오랫동안 지구력이 생겼고 오랫동안 뛸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사실은 우리가 치타보다 훨씬 느린데도 우리가 사냥을 할 수 있었던 건 동물들을 우리는 굳세게 쫓아가거든요. 동물들이 끝에 가서는 지쳐서 나가떨어집니다. 그럼 그때 잡는 거거든요. 그런 어떤 우리의 진화 과정에서 우리는 어쩌면 굉장히 유리한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꾀에 넘어가는 거죠, 지금. 그 지구력 있다는 거에 그걸 믿고 일만 계속 많이 하는 쪽으로 지금 가는 거죠.
◇ 정관용>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개미도 벌도 그렇게 못한다.
◆ 최재천> 다 교대하거든요, 걔네들은.
◇ 정관용> 근무시간 같은 게 정해져 있겠죠? 그들 세계에도, 나름대로?
◆ 최재천> 있기는 있겠죠. 그런데 그게 뭐 우리 식으로 9시에서 5시 이렇게 딱 돼 있는 건 아닐 거고요. 나름대로 이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지쳐서 떨어지면 또 누군가가 나와서 그 자리를 메우고 뭐 이러는 게 그들 나름대로 무슨 시스템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뭐 우리처럼 일부 팀이 퇴근하고 2부 팀이 들어오고.
◇ 정관용> 3교대, 4교대.
◆ 최재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수시로 일하는 일개미의 숫자가 어느 정도가 유지되도록 수시로 이렇게 되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컨트롤하고 있냐는 아직 우리가 잘 모릅니다. 누군가가 숫자를 세는 건지, 누군가가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하는 건지. 그런데 이제 재미있는 건 제 지도교수님이 발견한 건데 전쟁 때, 개미들이 전쟁을 할 때 병력 조사를 하는 개미가 있는 걸 발견을 하셨어요. 개미들이 그냥 무작정 싸우는 개미도 있지만 개미들 중에는 세력과시를 해서 사상자를 줄이는 개미도 있어요. 그래서 마주보고 두 놈이 자기 키가 더 큰 것처럼 막 이렇게 서로 힘겨루기를 해요. 그런데 그중에 어느 한 개미가 계속 뛰어다니면서 보는 거예요.
◇ 정관용> 몇 마리 있나?
◆ 최재천> 붙어 있는 놈들은 체크 안 하고요. 혼자 있는 놈은 보는 거예요. 저게 적인가, 우리 아군인가. 계속 다니다가 혼자 있는 적이 너무 많으면 휙 돌아서서 집으로 달려가요. 병력 보강. 그러면 집에서도 얼마가 나오고. 뭐 이래서 그걸 하는 거예요. 연락병 개미를 찾으신 건데 그게 개미사회에서 유일한 예고요. 누군가가 카운팅을 하고 있다는 건 아직은 저희가 아는 케이스가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 정관용> 저는 그냥 상식적으로 있을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개미들이 돌아다니다가 먹을 거를 발견하면 우루루 몰려나와서 함께 먹을 거를 옮기잖아요. 그런데 그 먹을 것의 사이즈에 따라서 달라붙는 개미의 숫자가 확연히 달라지잖아요. 저희들이 매일 봐도 알잖아요, 그건.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를 개미들이 덮칠 때는 새까맣게 달라붙으면 어마어마하고 조그만 파리 죽은 거 한 마리는 몇 마리가 와서 하고. 그런 걸 조절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요?
◆ 최재천> 그런데 그 과정을 사실은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한 번에 500마리가 몰려오는 게 아니고
◇ 정관용> 차근차근 모이죠?
◆ 최재천> 차근차근 모이는 거죠. 그래서 이게 꼭 누군가가 달려가서 500명 이렇게 불러서 나오는 건 아니고요. 모자르네? 그러면 더 오고 더 오고 해서 이제 결국은 끌고 들어가는. 그러니까 뭔가 이렇게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숫자를 딱 정해 주고 전달하고 그만한 인력을 동원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나저나 노동, 일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개념정리부터 했어야 되는데. 동물들의 노동이란 뭐죠? 식량을 얻는 행위, 그거 하나인가요?
◆ 최재천> 그리고 예를 들면 둥지를 짓는다든가. 그러니까 주거환경을 확보하고.
◇ 정관용> 또 전쟁하는 것도.
◆ 최재천> 전쟁도 노동으로 치면 그것도 있고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예를 들어서 백수의 왕 사자. 뭐 이런 동물들은 집도 안 짓고 사냥할 때만 잠깐 일하는 거네요.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일주일 내내 쉬네요.
◆ 최재천> 걔네도 사자보다 더 많이 쉬는 애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누구요?
◆ 최재천> 뱀입니다. 큰 뱀들은 한 마리 딱 삼키고 나면그거 소화될 때까지 안 움직입니다. 이게 한 달 갑니다. 그러니까 뭐 어떻게 보면 참 기가 막힌 삶이죠. 딱 먹고 됐어. 그리고 그거 소화될 때까지 그냥 쉬고. 배고픈데? 그러면 그때 일어나서 하고. 사실은 우리 인간도 어떻게 보면 예전에 그렇게 살았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축적하고 이러다가 어떤 의미에서는 더 힘들게 사는 거죠.
◇ 정관용> 그 축적이라는 하는 것이 생기면서부터예요. 노동이 많아지는 거는. 우리가 조금 아까 얘기를 나눈 일개미, 일벌 이런 애들은 축적을 하는 곤충이잖아요. 축적을 하는 동물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거기 특히 일이 많은 거죠.
◆ 최재천> 맞습니다.
◇ 정관용> 사자나 이런 건 축적을 안 하잖아요. 뱀도 그렇고, 말씀하신 대로. 그러니까 일주일에 딱 몇 시간. 한 달에 몇 시간. 그럼 끝나는 거죠.
◆ 최재천> 그런 삶도 충분히 가능한 삶인데 왜 우리는 이러한 삶을 택했을까. 그런데 이제 객관적으로 만약에 상대평가를 한다고 그러면 우리가 뱀보다 훨씬 문명을 일으키고 기가 막히게 잘한 동물이다. 표창장은 우리가 받겠죠. 그런데 표창장 받는 게 뭐 그렇게 대수인가. 뱀처럼 사는 게 어떻게 보면 훨씬 멋있는 삶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듭니다.
◇ 정관용> 그런데 좀 심심하잖아요.
◆ 최재천> 그러니까 뱀처럼할 것까지는 아닌데
◇ 정관용> 계속 잠만 자죠, 뱀? 그렇죠?
◆ 최재천> 거의 안 움직이고 그냥 자는데. 그러면 저는 이제 박쥐와 나무늘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박쥐는 신진대사율이 엄청나게 높아서 거의 하루이틀 굶으면 죽어요. 그래서 그냥 계속 뭔가를 먹고 계속 해야 되고 그래서 밤마다 그 많은 박쥐들이 한 놈도 남김없이 다 나가거든요. 나가서 뭔가를 먹고 들어오고 그러는데 그중에 흡혈박쥐들은 그래서 피를 나눠먹는 풍습이 생겼어요. 많이 먹던 아이가 못 먹은 아이를 피를 나누어주는. 왜냐하면 한 2, 3일만 얘 못 먹으면 죽거든요. 나눠주고 자기가 굶을 때 얘가 또 주고. 기가 막힌 상부상조의 문화를 만들어냈는데. 어찌 됐든 그렇게 호독호독 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나무늘보는 뭐 천천히 살잖아요. 그런데 나무늘보는 뱀하고는 좀 다르죠. 나무늘보는 늘리다 뿐이지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 정관용>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 최재천> 계속 움직이면서 자기 할 것 그래도 다 해요. 그래서 대체 우리는 나무늘보하고 박쥐 사이에 내 삶은 어디쯤 있을까 한번 좀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노동을 안 하는 특별한 개체에 대한 응징 같은 것도 있습니까? 동물세계에서?
◆ 최재천> 저희가 알기로는 뭐 별로 없고요. 개미의 경우에 일 안 하는 개미를 와서 툭툭 건드리는 행동은 저희가 조금 관찰한 적이 있고요. 거의 개미 수준으로 사는 포유동물이 있거든요. 벌거숭이 두더지. 아프리카 지하에 살면서 거의 개미처럼 땅굴 파고 사는데 거기에 여왕이 한 마리 있어요. 그래서 그 여왕이 혼자 자식을 낳고 나머지 두더지들은 다 여왕을 위해서 일하고.
◇ 정관용> 거의 개미 비슷한 수준이네요.
◆ 최재천> 완전히 개미같이 사는데. 그 동네에서도 보면 일 안 하는 아이들을 일 열심히 하는 애들이 가서 자꾸 이렇게 툭툭 건드려요. 너 왜 일 안 하냐. 그런데 안 해요. 그래도 일 안 하고 버텨요. 그런데 너무 그 사회의 비리가 한 10년 전에 밝혀졌는데 일 안 하는 놈들이 나중에 여왕이 돼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일 안 하면서 악착같이 버티면서 자기 힘을 축적한 다음에 여왕이 죽고 나면 평정하고 자기가 여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보면 가끔 정권을 잡는 사람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우리가 투표를 해서 하니까 그런 사람을 가끔 걸러내기는 하지만 예전 왕정 때 보면 진짜 뭐 남을 위해서 백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왕좌를 탐하기 위해서 자기 몸 관리만 열심히 하고 세력만 키우고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그 동물이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가장 게으르게 산 놈이 나중에 여왕이 되는 그런 케이스들이 여럿 발견이 됐어요.
◇ 정관용> 그건 벌거숭이 두더지들이 좀 독특하네요. 그 외에 개미나 이런 데에서는 그런 건 아니잖아요. 일개미 중에서 한 20%가 일 안 하는 거지 여왕개미는 따로 있는 거고, 원래부터가.
◆ 최재천> 끝까지 일 안 하는 일개미 있다고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는데.
◇ 정관용> 그렇게 일 안 하는 개미들을 툭툭 건드리기는 하더라. 그렇다고 해서 먹을 건 안 나눠 준다든지 그런 건 아니더라. 그러니까 응징은 안 하는군요.
◆ 최재천> 너 왜 그래? 이런 정도는 하지만 먹지 말라고 그렇게는 안 하죠.
◇ 정관용> 특별히 일을 잘하는 일개미한테 포상을 한다든지 이런 것도 없겠네요?
◆ 최재천> 그런 것도 없죠. 그러니까 걔는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나. 그게 오히려 우리는 질문을 해야 되는 거죠. 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
◇ 정관용> 천성이 그런가 보죠.
◆ 최재천> 그러니까 이제 그게 개성이라는 걸로 저희가 이제 요즘 연구하죠. 타고나기를 그러니까 우리들 중에도 타고나기를 일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뭐 특별히 돈 더 버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어떤 사람은 그냥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 정관용> 워커홀릭들이 있습니다.
◆ 최재천>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동물세계에는 축적이 개념이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몇몇 곤충들 빼놓고는. 또 일을 잘한다고 해서 포상 이런 게 없다 보니 치열한 경쟁도 없을 것이다. 일을 누가 더 잘하나에 대한 경쟁은 없을 것이다. 그렇죠? 일을 안 하는 거에 대한 특별한 응징도 별로 없더라. 그렇죠?
◆ 최재천> 아니, 일이라는 거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일을 정의하고 들어가야 된다. 그들의 세계의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냥 사는 거죠. 그 사는 거에 생존을 위한 어느 정도의 최소한의 움직임인 거지.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부모님이 야, 너 그런 거 해서 밥이나 제대로 먹겠냐? 그렇게 얘기할 때 부모님 말씀은 진짜 네가 굶을 것 같다고 말씀하는 게 아니다. 너 그런 거 해서 이건희 회장처럼 될 거냐라고 묻는 거다. 그런데 그 말 들을 필요가 없다. 그냥 싹 무시하고 너는 네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 굶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해서 절대로 굶지는 않는다. 재벌은 못 될 거다. 그래서 조금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일의 개념하고 동물들의 일의 개념이 좀 다르다고 봅니다, 그래서.
◇ 정관용> 즉 삶의 목적, 노동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 얘기입니다. 인간들이여 노동의 목적이 뭔지 한번 고민해 보십시오, 그 얘기네요.
◆ 최재천> 저는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우리의 직업을 뺏는다고 자꾸 걱정들을 하는데 정말 현명하게 생각하면 AI한테 다 맡기고 우리는 정말 편안한 삶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가 이제 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제 콘테스트도 누가누가 더 재미있게 노나 콘테스트 이런 거 하고 그래야죠. 꿈만 같네요, 꿈만 같아요. 최재천의 동물보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