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황교안 찾았다…패트 '공조' 통합 해법되나

유승민 전 대표, 7일째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 만남
패스트트랙 정국 속 '필사 저지' 공조
변혁 필리버스터 카드 꺼내…한국당 고민
바른미래 당권파, 변혁 대거 징계 착수
"탈당모임 해당행위" vs "원내대표 축출, 손학규 추태"

26일 오전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와 대화를 마친 후 농성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통합 논의 속에서도 만나지 않았던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계기로 만났다. 범여권에 맞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공조를 이룬 뒤, 주춤했던 보수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바른미래당 내에선 당권파가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소속 의원 전체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탈당 모임을 만드는 등 해당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변혁 측은 손학규 대표가 원내 장악을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승민,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만나…패스트트랙 '공조'

유승민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50분쯤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 대표를 찾았다. 단식 7일째를 맞아 건강 상태가 악화된 황 대표는 천막 안에 누워 유 전 대표를 맞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3분 남짓 이어졌다.

유 전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님의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것 같다"며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 주제 중 '보수통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관련해선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 막아봐야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달 초 '보수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두 사람은 통합에 대해 넓은 차원에서 공감했다. 하지만 그간 직접 만남은 없었고 통합 원칙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주춤했다. 이번 만남으로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다고 보긴 아직 이르지만, 패스트트랙 저지 공조를 통해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혁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로 와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같이, 함께 막자는 의미가 담긴 만남"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이후 국회에서 열린 변혁 비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변혁은 패스트트랙 저지 카드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결정했다.

필리버스터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 모두 부의되는 12월3일 이후, 9일과 10일 본회의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99명)의 서명을 받아 의장에게 제출해야 가능하다. 현재 변혁 소속 의원(15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당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다른 변혁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에) 개별적인 차원에서 서명을 받으면 된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역시 저지 전략 중 하나로 필리버스터를 고려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당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리버스터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강화된 공조가 자연스레 통합 논의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 손학규 당권파, 변혁 "해당행위" 징계 vs "원내 장악 꼼수"

바른미래당의 분당도 가속화되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유승민 전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등 변혁 소속 의원 전원(15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장 윤리위 징계가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윤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탈당을 위한 모임을 만든 것은 해당행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혁 측은 "당헌당규상에 마땅한 징계 조항도 없다. 징계를 정치적 도구로 휘둘러 원내 장악을 하려는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손 대표가 이끄는 당권파 의원은 9명이다. 반면 변혁 측은 15명으로 숫자가 많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관철시키려 하지만, 변혁 오 원내대표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오 원내대표를 몰아내고, 소수인 당권파가 원내를 장악해 선거법을 통과시키려는 음모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지금 이 시점에 오신환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원내대표인 저 때문에 본인들 뜻대로 의석 나눠 먹기 야합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손학규 대표는 더 이상 추태를 부리지 말고 즉각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지적했다.

윤리위의 징계는 ▲제명 ▲당원권 정지 ▲당직 직위 해제 ▲당직 직무정지 ▲경고로 구분된다. 여기서 당직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원내대표직에서 해제된다는 것이 당권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변혁 측에선 "효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혁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했기 때문에, 제명을 위해선 의총에서 3분의2 이상 의원들이 찬성을 해야 한다"며 "원내대표 박탈은 윤리위에서 결정할 것도 아니고, 원외에 있는 손 대표가 정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윤리위를 통한 비당권파 징계는 줄줄이 이어진 바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에게는 노인 폄하 발언을 했다며 직무 정지 6개월을, 이준석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대표 비하 이유로 직위해제를, 권은희 최고위원은 당비 미납을 이유로 당직을 박탈했다.

손 대표 측은 변혁 측이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측근은 "당대표를 몰아내려고 하고 탈당을 모의하는 등 해당행위를 하는 것을 어떻게 용납하겠느냐"며 "참다 못한 당원들이 윤리위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 원내대표도 당의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당직이라 볼 수 있고 징계에 따라 박탈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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