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위해 써달라" 쌀 99포대 가져 온 노부부…익명·지정기부 늘어

대구 달서구 송현1동에 기부된 쌀 99포대. (사진=대구 달서구청 제공)
"내 이름은 알 것 없고 힘든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지난 15일 대구 달서구 송현1동에 쌀 99포대를 가지고 나타난 70대 노부부.

트럭 한 가득 쌀 가마니를 싣고 온 이들은 어디에 사는 누구인 지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가족들과 함께 묵묵히 쌀 포대를 직접 옮겼다.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동사무소 직원의 권유도 애써 사양하며 좋은 데 써달라는 인사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처럼 최근 곳곳에서 인근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직접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로 찾아오는 익명의 독지가들이 늘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 서구 비산4동에서도 지역 주민 한 명이 익명으로 현금 천 만원을 기부했다.

평소에도 사정이 어려운 동네 주민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오던 한 주민이 연말을 맞아 그동안 모아온 돈을 쾌척한 것.

그는 단지 이웃을 돕고 싶어 하는 일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며 익명 기부를 요청했다.

기존에는 자선 단체를 통한 모금이 많았다면 요즘은 개인이 특정 지역에 직접 기부하는 지정 기부 행위가 많아졌다.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이 담보되고 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한 구청 소속 사회복지 담당자는 "개인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분들 덕분에 지역사회가 더 따뜻해 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기부자들이 익명을 요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북구청에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한 한 독지가는 이름은 물론이고 기부 금액까지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선행을 앞세워 사업이나 개인을 홍보하기 보다 실질적으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나눔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이 주를 이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 나눔 캠페인은 지난해보다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 침체 때문에 기업 경영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캠페인 시작 하루 만에 대구는 5800만원, 경북은 1억500만원의 성금이 모인 가운데 아직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성금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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