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가루 고통’ 인천 사월마을, 환경부 건강조사 결과에 ‘반발’

19일 환경부 ‘집단 암 발병과 직접 관련 없어’ 발표
주민 “얼마나 죽어야 인정하나…끝까지 투쟁”

공장 가득 찬 인천 사월마을.(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체 주민의 12.5%가 암을 앓고 있거나 암으로 숨진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건강영향조사 결과 암 발병과 주거환경에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장선자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부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집단 암 발병 사실을 인정받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주변에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비롯해 건설폐기물처리장과 환경유해업체 수십 곳에 둘러싸여 매일 쇳가루를 먹고 사는 데 주민들의 암 발병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야 관련 있다고 할 것인지,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날 사월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 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어 이 마을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주변 환경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은 없다’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이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표준 암 발병률에 비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환경부는 정신심리검사 결과에서 불안증·수면장애 등이 발생한 주민들이 많고, 인근 공장의 유해성과 이격거리, 노출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마을이 거주지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환경과학원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2년에 걸쳐 이 마을 52세대 주민 125명을 대상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를 벌였다. 집단 암 발병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번 결과를 통해 사월마을 주민들이 악화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주민들은 건강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를 내는 요인 가운데 마을 인근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빠져 있어 조사 결과가 반쪽짜리에 그쳤다고 보고 있다.

이 마을은 주민 수보다 많은 폐기물 처리업체, 주물업체, 철공소 목재 가공업체 등 165개 사업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사업장 중에는 주택과의 거리가 불과 10m 미만인 곳도 있다. 마을 반경 1㎞ 내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체와 공장이 우후죽순 늘었고, 주택가 코앞엔 1500만톤에 달하는 ‘건설폐기물 산’이 들어섰다.

인천 사월마을 흙에서 나온 쇳가루.(사진=연합뉴스)
◇ 환경악화, 8년전 확인… 납, 니켈 전국 평균 4배 이상

이 마을의 환경이 악화됐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건 불과 8년 전 2011년이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홍영표 민주당 국회의원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정감사에서 매립지 인근 7개 지역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연평균 환경기준치를 넘어섰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인천서 서구 오류동 54㎍/㎥, 왕길동 사월마을 53㎍/㎥, 경서동 52㎍/㎥ 등으로 연평균 환경기준치인 50㎍/㎥를 초과했다.

2017년 5월에도 환경부가 이 마을의 토양, 대기, 수질 등 각종 환경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납은 21.8~130.6㎎/㎏, 니켈은 10.9~54.7㎎/㎏로 검출돼 전국 평균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올해 9월에는 인천시가 이 마을 인근 사업장 16곳을 특별점검해 미신고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운영한 사업장 5곳을 적발했다.

마을 주민들은 2017년 1월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쇳가루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인천시와 서구 등에 요구했다.

주민들은 마을 인근 사업장과 쓰레기 매립지 등에서 발생한 비산먼지와 쇳가루로 거의 모든 주민들이 우울증 증상과 불면증을 호소했다. 눈에 쇳가루가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거나 소화불량, 손발 저림, 치매 등을 앓는 환자도 늘었다.

체내 알루미늄 축적량이 일반인의 1.8배에 달하는 주민도 나왔다. 전체 마을 주민의 12%가 넘는 주민이 당남암, 감상선암 등을 앓고 있다.

당시 시와 서구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업장들이 20여년간 순차적으로 허가를 받아 들어섰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처럼 계획된 공장지대라면 임의적 행정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입주 당시에는 모두 적법 절차를 거쳐 아무런 대안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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