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국 국방연구원 앞에서 4시간여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400%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를 '날강도'라고 칭하며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맹이냐, 날강도냐", "굴욕 협상 필요 없다", "날강도는 집에 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앞줄에 있는 시위자들이 방어벽을 든 경찰들과 대치하며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 큰 충돌은 없었지만, 양국 협상단이 협상을 시작한 오후 12시 30분 이후 참여자들은 국방연구원 정문 앞에 모여 더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민중당은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액수뿐 아니라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여 돈도 받아내고 총알받이도 시키겠다는 고약한 목적에 더욱 분개한다"며 "한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 실현에 비용을 댈 이유도 없고, 한반도 평화 번영에 백해무익한 주둔 비용을 감당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민중공동행동과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도 기자회견문을 내고 "남아돌아 쌓아둔 분담금이 1조를 넘는 마당에 500% 인상이라니 이게 무슨 주권 국가 간의 협상이냐"며 "이는 협상이 아니라 주권강탈의 장이요, 혈세 강탈의 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발전에 따라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는 사라지게 돼 있다"면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영구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대중국용으로 성격을 바꾸고, 한미동맹을 노예적 군사동맹으로 바꾸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민중공동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6배 인상을 요구한 것을 두고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 미군이 주둔하는 세계 각국의 정부들에 방위비를 대폭 인상하는 날강도짓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라며 "오히려 미군 주둔비, 기지 사용료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엄미경 부위원장은 "미국은 6조가 어디에, 어떻게 필요한지 그 이유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더는 날강도 같은 동맹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중당 서울시당 오인환 위원장은 "방위비 분담금 잔액이 1조원에 달한다"며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로 주한미군을 유지하며 (한국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고 있는데, 인상 요구마저 한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협상이 끝날 오후 7시쯤 미국 대사관저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한미 양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SMA 제3차 회의를 연다. 한미 대표단은 지난 9월 서울 1차 회의, 한국 수석대표가 바뀐 지난달 하와이 2차 회의를 했다. 미국은 한국이 부담할 내년도 분담금으로 1조 389억원인 올해 분담금보다 400% 늘어난 5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1년 시작된 SMA의 역대 최고 인상률은 25.7%였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정하는 기존 협상 틀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된 상태다.
앞서 양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협정을 맺었으며, 이 협정은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