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장한나가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2017년부터 상임지휘 및 예술감독으로서 이끌고 있는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
1982년생인 장한나는 11살의 나이에 세계적 권위의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 콩쿠르에서 유례없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 화려하게 데뷔하며 전세계 음악계에 첼로 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그는 베를린 필하모니,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해왔고, 화려한 수상경력과 함께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성장했다.
그런 그는 첼리스트에 만족하지 않았다. 음악적 목마름을 갈구하며 공부에 매진, 그 결과 지난 2007년 지휘자로서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갖고 마에스트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열린 '장한나 &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는 "어려서부터 첼로 연주를 계속 했는데, 첼로 독주의 레퍼토리가 굉장히 작고, 같은 곡을 반복하고 연주하다보니까 나의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면서 "저는 망원경을 보고 싶은데, 현미경을 들여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공부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교향곡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러, 베토벤 등 교향곡 악보들을 뚫어져라 보기 시작했다"면서 "오케스트라의 무한한 가능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공부하다 보니까 눈이 열리는 것 같고, 귀가 열리는 것 같고 나도 연주하고 싶다 생각이 들어 지휘를 공부하게 됐다"고 지휘자의 길로 들어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휘자로 데뷔 한 이후로는 정말 내가 가야할 길이 이 길이구나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휘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장한나는 객원지휘자로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현재 그가 몸 담고 있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지난 2013년 2월, 수석객원 지휘자로서 인연을 맺었고 4년 후인 2017년 8월 상임 지휘자로 취임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장한나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대해 "가족같은 오케스트라"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단원들이 정말 무대 위에서 열정에 불타는 연주를 한다. 매번 연주할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쏟아붓는 단원들의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면서 "단원들에게 제가 뭔가 파격적으로 이런 소리를 내보자 제시했을 때 거기에 대해 전혀 두려움이 없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데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도 뜨뜻미지근이 아니라 정말로 도전해보자 하는 열정이 있어서 저하고 굉장히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고의 음악가로 각각 악기들이 어떻게 연주해야 전체 오케스트라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오케스트라에게 이것 보다 더 큰 이득은 없다"고 극찬했다.
현재는 마에스트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장한나는 자신을 음악가로 있게 해준 첼로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는 매일 같이 6~7시간 연습은 기본인데, 제가 하루에 지휘자로 공부하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양다리를 걸칠 상황이 안됩니다. 하나에 올인해도 부족하지 않을 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현재는 지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첼로는 저의 음악 첫사랑이자 저에게 있어서는 지휘 삶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연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올해는 한국과 노르웨이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이고, 장한나가 데뷔한 지 25주년 되는 해이다. 따라서 이번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여러모로 뜻깊다.
공연에 짜여진 프로그램 역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의 곡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로아르 라이난은 "그리그 라고 하면 동유럽과 노르웨이를 대표로 하는 보이스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일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굉장히 노르웨이적인 음악에 한국에서 태어난 지휘자가 연주해 한국과 노르웨이 양국에도 신선한 조합"이라면서 "올해는 한국과 노르웨이의 수교 60주년 맞는 해인데 기술, 상업 교류 외에도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될 때라 생각한다. 바라건데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우리의 문화적인 면 대표해서 저희의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장한나는 "이번 프로그램은 밝지만은 않은 프로그램이다. 슬픔이 깃든 삶에 대한 사랑과 후회, 운명에 대한 반발, 심장이 터질 듯한 힘과 열정 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함 그런 것이 들어있는 음악이다"면서 "그런게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이고, 그래서 여러분들하고 정말 진솔한 음악적 대화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한나는 자신을 목표로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남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가 중요해요. 왜 음악을 했지? 연주하고 싶은 곡은 뭐지? 등 외부에서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음악을 알아가고 탐험가가 되고 인생의 개척자가 되는 그런 꿈을 가지면 너무나도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은 한번뿐이고 내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프로그램은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1번,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으로 구성됐다. '피아노의 앙팡테리블'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피아노 협주곡의 협연자로 함께한다.
공연은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7일 익산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