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미국과 격돌한다. 2015년 초대 대회 챔피언에 오른 한국이 2회 연속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대표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에서 3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호주와 캐나다, 쿠바를 모두 물리쳤다.
하지만 미국도 만만치 않다. A조에서 멕시코에 밀려 조 2위(2승1패)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장타력만큼은 가장 돋보인다. 예선 3경기에서 무려 10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특히 이번 한미 야구 대결은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11년 전과 비슷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국은 미국과 본선 첫 경기를 치렀다. 그때도 미국은 MLB급 선수들이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된 자원들이 주축을 이뤘다.
오히려 한국 야구는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메이저리거보다 마이너리거들에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등 MLB 스타들이 모인 미국에 7 대 3 승리를 거뒀다. 당시 이승엽이 떠오르던 좌완 돈트렐 윌리스를 홈런으로 두들기며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보였다.
자칫 첫 단추를 잘못 꿸 수 있던 상황. 그러나 대표팀은 대타 정근우(한화)의 2루타에 이은 과감한 홈 쇄도로 동점을 만들었고, 흔들린 상대 견제 악송구와 이종욱(NC 코치)의 결승 희생타로 8 대 7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당연히 김 감독은 당시 살얼음과 같았던 경기를 기억한다.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에서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미국과 첫 경기가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11년 전의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렸다.
첫 단추인 만큼 미국과 1차전의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올림픽 당시 대표팀은 이어진 캐나다전 1 대 0 승리와 함께 중국전을 승부치기 끝에 이기는 등 고전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캐나다전에서 류현진(LA 다저스)이 완봉을 해주면서 1 대 0으로 어렵게 이겼고, 중국전에서도 연장 승부치기에서 심판이 홈 이점 없이 공정하게 판정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스타의 우월감과 동기 부여 결실로 전투력이 없는 메이저리거들보다 절실한 마이너리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번 대회는 MLB 스카우트들도 주목하는 만큼 기회를 찾으려는 미국 마이너리거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4년 전 프리미어12보다는 11년 전 올림픽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 한국이 2006 WBC에서 미국을 제압했지만 2년 뒤 올림픽에서는 어려운 승부를 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이 완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
11년 전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김 감독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10일 도쿄돔 호텔에서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우리 배터리가 미국의 장타를 잘 봉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11일 전망을 내놨다. 좌완 선발 양현종(KIA)과 포수 양의지(NC)를 믿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표팀 스콧 브로셔스 감독은 "한국은 우수한 선수가 많고 투타, 수비 모두 강하다"면서 "홈런보다 최대한 많이 출루해야 점수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강한 상대인 만큼 장타를 노리는 큰 스윙보다 득점의 확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럴 때 미국은 MLB 스타들의 헐거운 집합보다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종가의 자존심을 세우며 한국을 괴롭혔던 미국. 과연 김 감독이 당시 기억을 떠올려 이번에는 다른 경기 양상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