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생각하고 법 만드세요?" 입법홍수에 떠는 스타트업들

20대 국회, 개원이후 하루평균 규제법안 3건·규제조항5건 넘게 쏟아내
"의원들이 법 만든다고 할 때마다 긴장…대기업은 대관으로 대응이라도 하지…"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치며 규제를 개선하거나 폐기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규제가 쏟아지고 있어 스타트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홍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공통 애로사항이지만 대관(對官) 인력을 두고 있는 대기업 등은 입법에 대해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

상대적으로 인력이 열악한 스타트업들은 "규제로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의원입법이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20대 국회 의원발의법안 중 규제 강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법안(자료=규제개혁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8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발의된 2만3887건건의 의원법안 중 15%가 넘는 3742건이 규제법안으로 분류됐다. 이 법안을 통해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조항은 7045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문을 연 뒤 하루 평균 3건의 규제법안, 5건이 넘는 규제조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법안이 원안이나 수정안 형식으로 통과되거나 다른 법을 통해 현실화된 비율은 10건 중 3건(34.6%, 19대 국회 기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규제의 현실화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관련 입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기존산업은 대관인력이 입법 상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업무인력도 빠듯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의원입법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며 "정부는 입법을 하기 기본적으로 업계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등을 거치지만 의원입법은 발의가 된 뒤에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늘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부처 협의와 당정협의, 입법예고, 공청회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아야한다. 이후에도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국회로 법안을 넘길 수 있다. 정부입법은 특히 예산비용추계서와 재원조달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반면 의원법안은 10인 이상 의원의 찬성으로 발의돼 국회 내 법제실 검토만 거치면 상임위에 올라간다. 해당 법안 현실화에 필요한 비용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규제심사를 피하기 위해 의원실에 입법을 요청하는 '청부입법'도 적지 않다.

의원입법 발의실적을 의정활동으로 홍보하고, 일부 정당은 법안 발의실적을 공천기준 등에 포함시키면서 의원입법은 더욱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쪽에서는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개혁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개혁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규제가 양산되는 모양새다.

이런 이유로 10여년 전부터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북미와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정부입법은 물론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제심사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의회의 의회예산처(CBO), 의회조사처(CRS), 회계감사원(GAO)이 의원입법에 대한 다층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법안은 물론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분석을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캐나다도 영국과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독일도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를 하고 있고, 프랑스는 입법영향분석서가 첨부되지 않으면 의원입법이 이뤄질 수 없다.

한양대 행정학과 김태윤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의원입법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의원입법도 정부입법처럼 새롭게 생기는 규제로 인한 영향평가를 면밀하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권 침해가 우려된다면 의회에 독립적인 규제심사기구를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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