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네이버 통장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 은행이나 금융투자업자처럼 계좌를 직접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금융사와 협업해 증권사 수시입출금식 자산관리계좌(CMA) 통장과 같은 형태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만 있을 뿐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언제 구체적인 안이 나온다 하기에도 아직은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접 서비스를 지향하기 보다 '결제 기반+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업을 전개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그간 네이버페이로 쌓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커머스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 이동륜·이남석 연구원은 "네이버가 포털 서비스 중심으로 높은 월간 실사용자에 기반해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네이버 쇼핑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직접 서비스를 지향하기보다 사업자·이용자 간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인건비 등 고정비나 규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사업 전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도 "우리는 송금 기반이 아닌 '결제 기반' 플러스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송금 기반의 서비스보다 강점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네이버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환전이나 여행자 보험 등 여러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네이버의 경우 결제자 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많기 때문에 상품을 추천해주면 구매 전환율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등장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던 네이버가 결국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이른 셈이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수천만 가입자들로부터 확보한 빅데이터가 가장 큰 무기다.
다음 달부터 본격 시작되는 '오픈뱅킹'은 금융업에 뛰어들려는 IT 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오픈뱅킹으로 개별 금융사 제휴 없이 고객의 은행, 증권, 카드 가입 정보까지 불러 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송금·결제 시 지불했던 펌뱅킹 이용료가 10분의 1로 낮아졌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오픈뱅킹'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을 금융상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어떤 상품을 내놓을 지, 어떤 파급력을 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인만큼 금융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