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정용석 부장판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계엄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신모(60) 씨가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고 6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계엄포고 10호는 전두환 등이 시국을 수습한다는 명목 아래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옛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하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정치활동 중지, 정치목적 집회 및 시위 금지, 언론 사전검열, 대학 휴교, 전·현직 국가원수 모독·비방을 불허하는 계엄포고령 10호를 발령했다. 이를 위반한 자는 영장없이 체포·구금·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 씨는 같은 해 12월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당시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 당시 전 국회의원에 대해 "똑똑한 사람이어서 전두환이 잡아넣었다, 아무리 독재를 한다해도 북한 김일성만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가 식당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갔다.
신 씨는 이듬해 1월 군사법원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38년여만인 지난 4월 재심을 청구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신 씨처럼 일상에서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5·18 특별법에 따른 재심 청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면 계엄포고 10호 위반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던 시민들에 대한 전반적인 구제가 가능해진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가 무단 이탈했다는 이유로 계엄법 위반죄로 실형을 확정받은 과거사 피해자가 낸 재심청구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