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중국 타이저우에서 막을 내린 제 16회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그러나 금메달만 3개를 따낸 일본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4개 대회를 제패했던 한국 소프트테니스가 왕좌를 일본에 내준 것. 한국은 2003년 일본 히로시마, 2011년 경북 문경 대회 때 금메달 7개 중 5개를 따냈다. 2007년 경기도 안성, 2015년 인도 뉴델리 대회 때는 무려 금메달 6개를 휩쓴 바 있다.
물론 이번 대회 성과도 나쁘진 않았다. 김진웅(29·수원시청)이 세계선수권 사상 최초로 단식 2연패를 달성했고, 혼합 복식 박규철(38· 달성군청)-문혜경(22·NH농협은행)도 금메달을 합작했다.
하지만 지난 4개 대회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전 종목을 석권할 만큼 최강을 과시해온 한국 소프트테니스였기 때문이다.
요인은 적잖다. 일단 이번 대회가 하드 코트에서 열린 점이다. 클레이 코트에 강점이 있는 한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특히 하드 코트에 강한 대만 남자 복식에 고전했다. 박규철(38)-이현수(35·이상 달성군청)는 결승에서 유카이웬-린웨이치에(대만)에 0 대 5 충격의 완패를 안았다. 4강전에서도 이수열(37)-김종윤(35·이상 달성군청)이 1 대 5로 패했던 상대다. 홍정현 남자 대표팀 감독(순창군청)은 "대만 복식조는 하드 코트에 특화된 선수들"이라고 패인을 짚었다.
·
그러나 지난 2015년 뉴델리 대회 역시 하드 코트에서 치러졌다. 당시 대표팀은 금메달 6개로 역대 최다 타이를 이뤘다. 코트의 특성은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남자 단식에서는 김진웅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정상까지 세계 최강을 재확인했다. 약소 국가들에 메달을 배려하는 대진에 따라 윤형욱(30·달성군청)과 얄궂게 4강전에서 맞붙는 바람에 은메달을 놓쳤지만 사실상 단식 1, 2위를 한국이 차지한 모양새다.
반면 복식 대표팀은 대만 조에 힘을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체력에서 밀렸다. 모두 30대 중후반인 복식조는 20대인 대만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홍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 속에 상대적으로 젊은 대만에 체력적으로 밀렸다"고 분석했다. 단체전 결승에서도 김진웅만 이겼을 뿐 복식조들은 일본에 졌다.
여자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따른 경험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주장 송지연(25·문경시청)을 비롯해 전 선수들이 첫 세계선수권을 치렀다. 그나마 문혜경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메이저 대회가 처음인 선수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송지연은 단식 4강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하야시다 리코(일본)를 꺾었지만 결승에서 중국의 복병에 당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중국 유유안위에 파이널 게임 접전 끝에 3 대 4 패배를 안았다. 송지연은 "처음 만나는 선수인데 높이 띄우는 전술에 말렸다"고 말했다.
복식에서도 문혜경-고은지(24·옥천군청)이 일본 다카하시 노아-한가이 미사키와 4강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지선(23·문경시청)-나다솜(24·NH농협은행)도 8강전에서 일본에 지면서 동메달이 무산됐다. 단체전 결승에서는 일본에 0 대 2 완패를 안았다. 주정홍 여자팀 감독(옥천군청)은 "세계선수권을 처음 치르면서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차세대 에이스인 문혜경도 아직 보완점이 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에이스의 부재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관계자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지연(대구은행)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면서 "단식에서 확실히 잡아줬다면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세계선수권 개인 단식, 단체전 2관왕에 혼합 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지연은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대표팀은 선발전 결과로만 구성됐다. 공교롭게도 김지연이 선발전 기간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감독 추천 선수 제도가 있었다면 김지연이 선발됐을 수 있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다른 종목은 선발전 외에도 대표로 뽑힐 수 있는 길이 있다. 일단 같은 라켓 종목인 테니스는 국내외 랭킹에 따라 대표 선수들을 선발한다. 여기에 감독 추천 선수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포함될 수 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들은 선발전을 거치지만 세계 상위 랭커는 자동 선발된다. 탁구 역시 세계 톱랭커들은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고, 추천 선수 제도도 있다.
다만 소프트테니스는 객관적 기준이 될 만한 세계 랭킹이 없다. 국제연맹이 있지만 세계 랭킹을 집계하지 않는다. 국내 랭킹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선발전 방식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관계자는 "대표 선발전을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일정에 맞게 빡빡하게 치러야 체력적으로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도자들의 요청으로 다소 느슨하게 선발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남자 선수들의 경우 체력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다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계왕 협회장은 "기존에 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공정성 차원에서 선발전으로만 국가대표를 뽑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성적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매년 연말 협회 주최 지도자 워크숍을 여는데 여기서 대표 선발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을 듣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