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의 '초호황기' 때보다는 부진한 상태지만 예년보다는 훨씬 양호한 수준이고, 내년에는 다시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나 감소했지만 지난 2014년 이후 평균치보다 양호했고 호황이 시작됐던 2017년보다도 많았다.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반도체 수출은 올 2월까지 가파르게 감소한 뒤 이후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며, 특히 올 7월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7월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올해 들어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었지만, 베트남 수출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對)중국 수출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중국의 첨단제품 수출이 줄어들면서 반도체 수요도 감소한 데 따른 것이며, 베트남에 대한 수출 증가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잇따라 베트남으로 이전한 게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5G 이동통신 도입에 따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보관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되살아날 것으로 봤다.
또 인텔의 CPU 공급 정상화로 PC 수요가 증가하고, 2020년 올림픽 효과에 따른 전자기기 수요 증가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내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017년(97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웃돌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변수'라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 1년 정도 지속하는 게 과거 흐름이었으나 이번 불황은 단기간에 대폭 하락한 뒤 점차 안정세로 전환하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며 "따라서 단기적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수요 구조 변화 및 신산업 수요 대응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