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업계의 경쟁 속에서 대외 환경은 더 어려워졌는데, 정부가 11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예고해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따라서 면세점 업계의 현재 상황은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닮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2015년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두산은 4년 만에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4월 한화에 이어 두 번째다.
핵심은 수익성 악화다.
한 때 면세점 사업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游客‧유커)들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유커는 면세점 업계 매출의 약 70~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유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면세점 사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따이궁)이 어느 정도 유커의 빈자리를 메웠지만, 이번에는 따이궁에게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가 발목을 잡았다. 따이궁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 수수료는 10~30%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 매출을 갉아먹는 구조다.
반면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2분기 대비 35% 각각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3.9%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전 분기 대비 -1.9%포인트를 기록했다.
호텔롯데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면세점 사업 부문이 저평가돼 적정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따이궁은 주문받은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사야하기 때문에 동선이 중요하다. 비교적 가까운 △롯데(명동) △신라(장충동) △신세계(회현) 등 빅3 위주로 쇼핑을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과 거리가 있는 한화(여의도)와 두산(동대문)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삼성동)도 면세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4분기 3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430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 두산이 포기한 면세 특허권을 현대백화점이 이어받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실적개선을 보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해외 구매 대행 행위를 규제하면서 우리나라 면세점 사업의 '큰손'인 따이궁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면세점 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최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담배‧주류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신라면세점은 마카오국제공항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면세점 사업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면세점 특허권을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은 2016년 6개에서 2018년 13개로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이달 안에 서울에만 3곳 등 모두 6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만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면세점 업계의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가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 수요의 증가로 정부가 지난 3월 항공 운수면허를 추가로 발급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는 모두 9곳이 됐다. 항공기가 주요 이동 수단인 미국과 같은 숫자다.
여기에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노선 대신 중국과 동남아 노선으로 눈을 돌렸지만, 오히려 경쟁이 더 심화됐다.
최근에는 보잉737NG 기종의 동체균열 문제로 악재가 겹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기점으로 항공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면세점과 항공 사업은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외에서 발생한 악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처지"라며 "특히 두 사업의 연관성이 큰 만큼, 향후 역시너지 효과로 인한 사업 전망도 어둡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