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토대위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서울 구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던 한옥 등 전통 가옥과 문화재적 가치나 보존 필요성이 있는 건물들까지 사라지는 경우도 생겨 지역 주민들의 아쉬움이 컸다.
반듯하게 지어진 사각형 아파트단지는 겉보기에 좋고 살기에도 좋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도심 곳곳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마치 성냥갑 처럼 늘어서 도시미관을 더욱 단조롭고 삭막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많았다.
뉴타운식 재개발은 전국 다른 대도시로도 빠르게 번져나가 한국 도시의 외관을 아파트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원인이 됐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 역시 하마터면 뉴타운식 개발로 인해 이 지역이 품고 있던 문화유산과 시민들의 손때가 묻은 시설들이 사라질 위기를 맞았지만 주민들이 뉴타운식 개발방식에 반대하고 나서 '뉴타운 해제 운동'이 벌어졌고 주민의견이 모아져 2013년, 10월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다.
이듬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지역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했다. 박 시장은 취임초부터 뉴타운개발을 배제하고 도시재생 방식으로 구도심을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면 철거 후 새로짓는 대대적인 변화 대신 차곡차곡 쌓아온 동네의 역사와 이야기, 친숙한 삶의 터전을 주민 스스로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도시재생은 ▲역사보존 및 재생 ▲봉제산업 활성화▲주민 일자리와 수익창출을 위한 도시재생협동조합 출범 ▲도시기반. 문화시설 확충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지역에는 실학자 이수광의 집 비우당과 박수근 화백의 화실 겸 집터, 가수 김광석이 살던 집 등 예술가들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골목길은 말끔히 재단장됐고 주민 소통공간인 창신소통공작소, 토월, 회오리마당, 수수헌 등 3곳의 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돼 다양한 주민활동과 문화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해졌다. 방치됐던 야산 산마루에는 놀이터가 조성됐다.
주민들이 설립한 지역재생기업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주민에 의한 지속가능한 도시자생 조직으로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도시재생을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