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2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를 중심으로 30㎢, 반경 3km 지역에 2차 차단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폐사체 발견지점 주변 5㎢를 '감염지역'으로 설정해 전기펜스를 설치해왔는데, 이제는 여기에 더해 '위험지역'에도 1.5m 높이의 차단벽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임진강, 한탄강 등 하천이나 협곡 등 멧돼지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을 제외해 최장 2주 안에 차단벽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방부와 함께 민통선 이북 지역에 민관군 합동포획팀을 다시 투입해 야생 멧돼지를 집중 포획하기로 했다.
이미 국내 전문가 및 양돈계에서는 중국이나 북한 등 인근 국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도 "남방한계선 철책에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북한에서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환경부는 "전세계적으로 멧돼지 이외의 동물에 의한 전파는 물렁진드기에 의한 전파 밖에 없다"며 북한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예찰인력을 30명에서 90명으로 늘렸고,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발견이 많아졌다"며 "현재 환경부 소속 예찰 인력이 22명인데, 민간 엽사 등과 계약해 120여명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장을 뒤집어말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진전되면서 멧돼지 폐사체가 급증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예찰인력을 늘리면서 그동안 찾지 않고 방치됐던 감염 폐사체를 뒤늦게 찾아낸 셈이다.
멧돼지 포획 과정에서도 정부는 민관군 합동포획팀 등 상설포획팀을 구성하고 총기 사용을 허용해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련 인건비나 포획한 멧돼지에 대한 처리 지침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혼선을 빚고 있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포획단에 대한 인건비 지침이 마무리되지 않아 각 지자체 별로 지급 방식이 다른가 하면, 경기·강원 외 다른 지역은 포획한 멧돼지를 엽사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바이러스 생존률이 높아지는데다 해마다 찾아오는 조류독감까지 겹치면 보건당국의 일손이 부족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기 전에 멧돼지 방역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수의학과 선우선영 겸임교수는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총기 사용 등 자유롭게 포획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멧돼지 밀도를 낮췄어야 했다"며 "지금에야 총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보면 정책에 엇박자가 나지 않았나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는 기온이 높으면 빨리 사멸하지만, 온도가 낮아질수록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동절기를 앞두고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인간이 통제하는 집돼지와 달리 야생 멧돼지는 계속 남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부터 오염될 것인지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충청이나 전라, 경상 지역도 멧돼지가 얼마나 있는지, 출몰 지역에 농장은 어디에 있는지, 각 농장의 방역조치는 어떠한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